[배일동 칼럼] ‘음악’과 ‘시소게임’, 그리고 ‘격팔상생’

‘격팔상생법'(隔八相生法)이란 동양 음악철학에 나온 이야기다. 첫음 첫박인 황종음을 기준으로 8율의 간격을 반복하여 12율을 얻어내는 방법이다. 아래 수가 바로 격팔을 이루어 음을 산출해나는 수리가 나열되어 있다.

1~8(2)=3
3~10(4)=5
5~12(6)=7
7~2(8)=9
9~4(10)=11
11~6(12)=1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왜 8률의 간격을 두어서 음을 생성해 나가냐는데 있다. 그것은 격팔(隔八)을 해야 지구의 생명운동이 상생(相生)의 길로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서가 서로 격팔의 음양으로 맞물려 하루의 자전운동을 이루고 남북이 서로 격팔의 음양으로 맞물려 긴 날줄의 공전운동을 이루고 있는 지구운동을 본떠 수리로 표상하여 산출하여 놓은 것이다.

지구는 적도를 기점으로 상하 남북으로 긴 날줄이 이어져 서로 다른 남북극이 음양으로 만나 한 조가 되어 하루 하루 씨를 펼쳐낸다. 지구는 정중앙 위도 0인 적도를 기점으로 남북극 양방향으로 90도로 펼쳐져 있다. 지구의 모든 운동은 이 적도를 기점으로 남북극의 운동방향이 정반대로 운동한다. 계절도 북극쪽과 남극쪽이 반대로 운행한다. 바람의 방향도 같은 위도 상에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다. 이렇게 지구는 하나지만 운동성은 남과 북이, 동과 서가 서로 음양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반대되는 두 극점이 서로 음양으로 맞물린 것이 바로 8방 8면이다. 이 두 격팔의 양극수가 바로 대적하고 있는 상극(相剋)인데, 서로 상극점에 있는 두 수가 서로 한 조가 되어 각자의 방향으로 질서 있게 돌아야 지구가 상생(相生)의 길로 걸어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서로 상극관계를 원수관계로만 알고 있고 그것을 피하려고 하지만, 실제는 서로 상극으로 만나서 조화를 이루어야 상생의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 진리인 것이다. 저쪽이 세면 잘 응대하면서, 나의 길로 나아간다고 무턱대고 맞딱뜨리면 일은 그릇치게 된다.

시소게임과 같은 것이다. 서로 상극으로 만난 두 쪽에서 이쪽이 내려가면 저쪽이 올라가야 하고, 동이 낮이 되면 서는 밤으로 가야하고, 북극이 봄에서 여름으로 가면 남극은 가을에서 겨울로 가야 지구가 상생의 길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 하늘의 이치인데, 인간들은 교만하고 간사하여 그 이치에 따르지 않아 인간 관계를 불신과 적대관계로 만들고 자연을 끝없이 망가뜨리고 사는 것 같다.

공자는 이러한 이치를 알아 “위대한 음악은 천지와 같은 조화를 이루고, 위대한 예는 천지와 같은 절조를 이룬다”(大樂與天地同和 大禮與天地同節)고 했다.

시소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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