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균의 촉] 새만금 남북도로 가보니…
잼보리 전에 개통해야 한다며 예산을 타내 부랴부랴 완공한 새만금 남북도로를 가보았습니다.
부안군 하서면과 군산시 내초도를 잇는 도로입니다. 차량통행은 거의 없습니다. 되돌아보니 계화도가 구름모자를 쓰고 개발 현장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이곳은 백합, 주꾸미가 지천이었고 전어떼를 포획한 그물을 당겨 올리기조차 어려워 절반 정도 내버리고 갑판 위로 올리던 신이 내린 축복이었습니다.
2004년 어느 집회장에서 심포항의 한 선주가 낭독한 시를 떠올렸습니다.
심포항 1
만경강, 동진강 두 개의 강이 만나
바다로 이어지는 서해바다 유일한 곳
넘실대는 밀물 때는 온갖 고기가 알을 품고 올라오고
부부간 배를 몰고 갈메기떼를 앞세우며
희망과 성실의 소쿠리에 펄떡이는 생선이 몇 가구인가?
온갖 세상 더러움을 한 점도 남김없이
다 쓸어안고 썰물로 나가면
생명의 갯벌에는 조개들이 물을 쏘고
칠게가 이웃을 방문한다.
석양이 수평선에 물들 때쯤
구럭과 망태기엔 생합도 몇 망, 꼬막도 몇 망 죽합도 한 망태기,
맛을 아는 관광객과 흥정이 한창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잡은 조개가 아직도 그대로이고
내 손주까지 잡아도 다 못잡겠다
뱃놈한테는 딸 안준다고 설움받은 조상님이
풍선배로 시내에 땅 한 평 못사놓고
내게 물려주신 것은
새만금갯벌과 낡은 그렛대와 죽합쑤게
그리고 질 잘낸 꼬막 갈쿠리에 손망태기…
심포항 2
이제와 깨달으니 그 어떤 유산보다
바다에만 가면 자자손손 먹고 쓰고
자식도 대학을 보내는 무엇보다 소중한 유산인 것을
나는 내 자식에게 부모님이 주신 이 황금바다를
어디서 찾아다 물려 줄꼬
갓 쓴 원님들 고을 백성 굶어 죽어도
큰 공사판 벌여 누구 먹여 살리자고?
보릿고개 시절에는 공장 한 개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굴뚝 높은 공장은 해외로 이사가는 판에
불쌍한 강어귀 우리 어민들 데모하러 가자고 하면
내일 하루 바다에 가면 몇 십만원 벌어오는데
누가 데모하러 가요?
강이 없는 김제시, 부안군, 옥구군
바다가 없는 어부는 정부에서 어떻게 해 주실지?
왜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까?
차라리 이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