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의 시선] 꿀벌로 빙의한 사진기자의 블루베리 인공수분

김선규 기자가 블루베리 인공수분을 시도하고 있다. 

화성에서 지구로 모셔온
블루베리가 꽃을 활짝 피웠다.

베란다에서 좋아하는 물을 자주 마시고
따뜻한 볕을 종일 쬐다보니
일찍 꽃을 피운 것 같다.

블루베리 꽃은 흰색, 열매는 파란색

은방울을 닮은 블루베리 꽃은
암술대와 수술대가 한 꽃안에 있고
입구가 좁아 벌과 바람 없이는 인공수분이 힘들다.

지구로 귀환하며
욕심에 화성놀터에서 잘 놀던
꿀벌 두 마리를 잡아왔는데
차 트렁크에서 오랜 시간 시달리다 운명을 달리 하였다.

죄책감에 다이소에서 붓을 사다
꿀벌로 빙의해서 정성껏 인공수분을 해주었다.
결실이 맺길 기도하며
화분에 묻어준 벌들의 명복도 함께 빌어본다.

김선규

'한겨레' '문화일보' 35년간 사진기자. 산림청 정책자문위원. '우리고향산책' '까만 산의 꿈'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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