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의 시선] 외양간의 카페 변신은 무죄(?)
어릴 적 소는 중요한 농사꾼이었습니다.
아침 소죽은 할아버지가 새벽에 쑤었고
저녁 소죽은 손자인 제가 만들어주곤 했습니다.
끓는 물에 여물을 넣고 쌀 등겨를 넣고 끓이며
구수한 냄새에 소도 취하고 저도 취하고…
소죽을 쑤는 동안
소는 외양간에서 밥이 다 되기를 기다리며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시골집 텅 빈 외양간을 볼 때마다
맑고 큰 눈을 껌벅이며
밥(소죽)이 다 되기를 기다리는 소가 생각났습니다.
지난 가을 작은 사랑방에 서재를 완성하고
그 옆에 있는 외양간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송아지 한 마리를 들여놓고 싶었지만
집안에 생명을 들이는 일은 진중해야겠기에
외양간을 새롭게 꾸며보았습니다.
창고처럼 가득 쌓인 짐을 걷어내고
황토로 벽을 칠하고
아파트에 버려진 책꽂이와 책상 등을
분해해서 가져와 재조립했습니다.
멋진 조명까지 달고 나니
원형을 그대로 갖춘 ‘외양간 카페’가 탄생했습니다.
달달이 커피를 한잔 마시니
소죽을 먹다 말고 머리를 들어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던
부드러운 소의 눈길이 떠오릅니다.
‘화성놀터’ 외양간 카페에 오시면
소의 눈처럼 맑은 화성남자의 미소와 함께
세상에서 제일 맛난 달달이 커피를 맛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