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냉이꽃’ 이근배 “사상을 따라 북으로 간 지아비가 남긴 것은 무엇이었나”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荒漠)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 감상노트
사상을 따라 북으로 간 지아비가 남긴 것은 무엇이었나. 잠 못 드는 평생을 아들 하나 바라보며 살아오신 어머니. 당진 어디 김밭에 엎디어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 핀 꽃. 눈먼 돌멩이 피하던 어린 것의 눈물이 자라 핀 꽃. 이 봄 들판에도 유장한 물결 이루어 가는가.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