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생각] 장애인 구하려다 순직한 이기태 경위의 희생이 대한민국을 일깨웁니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이기태 경위가 70세를 맞은 대한민국 경찰에게 귀한 정신을 남기고 별세했다.

올해 58세, 정년을 3년 채 안 남긴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이기태 경위는 철길에 누워 움쩍도 안 하며 버티던 2급 정신지체장애 10대를 구하려다 기차에 치여 운명을 달리했다.

경찰의 날인 21일 오전 11시58분쯤 이 경위는 울산 북구 동해남부선 호계역에서 2㎞ 떨어진 신천건널목 부근에서 동료 김태훈(45) 경사와 정신지체장애 2급 김모(16)군을 구하기 위해 경주에서 울산방향으로 달리던 화물열차에 치여 숨졌다. 김 경사는 발가락 절단 수술을 받았다.

이 경위와 김 경사는 경주 불국사 주변에서 김군이 소란을 피운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군의 신병을 확보해 귀가시키려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고 이기태 경위는 김군이 어눌한 말투를 사용하자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고 보호자와 통화했다. 보호자는 “아이를 기차에 태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경위는 김군과 함께 경주 불국사역으로 향했다. 김군은 대합실에서도 승객에게 난동을 부렸다. 이 경위와 동료 김 경사는 기차에 태워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해 순찰차로 김군 자택이 있다는 울산으로 향했다. 신천동 철길에 다다랐을 무렵 김군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 문을 열어주자 김군은 화장실 대신 철길로 뛰어들어 선로 위에 누웠다.

이기태 경위 등은 선로를 잡고 버티는 김군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했다. 하지만 이미 열차가 이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미처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경위는 김군과 함께 돌아오지 못할 먼길로 떠났다.

고 이기태 경위는 198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만 33년 동안 ‘민중의 지팡이’ 역을 충실히 해왔다. 내무부장관·경찰청장 등의 표창 15번이 증명한다. 정년 퇴직을 3년 앞둔 지난 7월부터 내동파출소에서 근무해 왔다.

대한민국 경찰은 그 어느 때보다 값진 선물을 이 경위한테서 받았다. 대부분 경찰은 자신을 돌보지 않고 봉사와 희생으로 국민들 안전과 생명을 지킨다는 걸 이기태 경위는 몸소 실천해 보였다.

기자는 1978년 7월 하순 선친이 영면하신 일산 기독교공원묘지에 가느라 일산역을 자주 들르곤 했다. 한달 쯤 뒤에 당시 신문 사회면에 한 기사가 났다. “최규명 일산역장이 열차가 다가오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철길로 뛰어든 승객들을 구하다가 숨졌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듬해 3월 최규명 역장의 후임 방사언 역장도 고귀한 목숨을 아낌없이 던져 승객들을 구하고 별세했다.

고 이기태 경위의 희생을 보면서 두분의 일산역 역장이 떠올랐다.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공복(公僕)’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경찰은 고 이기태 경위를 1계급 특진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경찰은 내년 71주년 경찰의 날에 한 가지 더 의미있는 의식을 갖게 됐다.

삼가 이기태 경위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의 슬픔에 동료 경찰과 국민들의 위로가 함께 하리라 믿는다. 이기태 경위가 몸을 던져 구하려던 장애인 김군도 장애 없는 저 세상에서 평화와 사랑을 맘껏 누리고 받기 바란다. 이번 사고로 자칫 트라우마에 빠져있을 화물열차 기관사에게도 용기 잃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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