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는 중국 첫 ‘계파정치’ 산물”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케넷 리버쌀 부르킹스 연구소 박사, 정재호 서울대 교수, 진찬롱 인민대 교수가 '전환기의 중국의 리더십'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남주 기자>

아산정책연구원 포럼서 중국인 교수 주장 ‘눈길’…“민주주의 진전, 바람직”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대의 특징은 집단지도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에서 최초로 계파정치를 보여줬다는 점이며, 이는 모든 계파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하며 과거보다 분명한 진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이 새 지도자로서 장점이 많아 낙관적이지만,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 중 2번째로 나이가 어려 당분간 원로들의 눈치를 보거나 젊은 리더로서의 강력한 지도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 등 국내 정치의 난관을 풀어나가는 것이 녹록치 않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중국 인민대학교 국제학과 진찬롱(金?榮) 교수는 11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주최한 아산중국포럼에서 “과거 농민사회가 아닌 새 사회세력들의 요구로 국가와 사회의 균형을 보다 정교하게 갖춰 나가야 할 시기에 집권한 새 지도부는 모두가 절충 타협해야 하는 시대를 맞아 집단지도체제를 더욱 잘 정착시킬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전환기의 중국’을 주제로 17개국 200명 안팎의 중국 정책 전문가와 석학이 참가한 가운데 ‘아산중국포럼 2012’를 열었다.

진 교수는 포럼 첫날 ‘전환기 중국의 리더십(China’s Leadership in Transition)’을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이 어떤 세력이든 장기집권이 불가능하도록 집단지도체제 내에서의 민주주의를 진전시켰기 때문에 일부 중국인 지식인들은 후진타오를 ‘중국의 조지워싱턴’으로 부른다”면서 중국 절차 민주주의의 발전을 소개했다.

진 교수는 그러나 ‘원로들의 입김이 시진핑의 리더십에 저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일부 우려에 대해서는 “후진타오는 분명이 퇴진한 것이고 원로들도 2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케넷 리버쌀(Kenneth Lieberthal)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새 지도부 체제하에서도 여전히 서열이 중시되므로 시진핑은 원로들에 둘러싸여 있겠지만 원로들은 단임으로 그칠 것이고 시진핑은 연임한다”면서 “시진핑은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후진타오보다 더 잘 통제할 것”이라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함재봉 원장과?키노트 스피치를 한 윌리암 오버홀트 하버드대 교수가 악수하고 있다.

집권 초기 불가피한 한계나 긴급히 보완해야 할 과제가 녹록치 않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한국의 정재호 서울대 교수(국제관계)는 “보시라이 등 젊은 태자당 계열의 지도자들을 숙청한 것은 새 지도부가 문제를 갖고 출발하기를 원하지 않은 원로들의 역할”이라며 “시진핑은 보통선거 당선자처럼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원로들에 둘러싸여 있어 새 지도부는 당분간은 원로들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대중들의 저항이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과거에는 중앙정부가 공정하다는 기본 가정을 갖고 시위했지만, 최근 중국의 대중들은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리버쌀 선임연구원도 “농촌인구의 도시집중에 따라 시진핑 집권 후 내치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호구개혁”이라며 “이와 함께 국가와 국유기업의 분리, 즉 정경분리와 부정부패 척결 등 만만찮은 과제가 시진핑 앞에 놓여있다”고 걱정 어린 전망을 내놨다.

그는 특히 “중앙정부의 방침이 지역의 구체적인 현장까지 집행되는데 무려 5단계나 거치므로 왜곡과 실효성 저하 가능성이 높다”면서 “(내년 3월 총리에 취임할) 리커창이 개혁 마인드는 높이 살 만하지만 주룽지와 같은 카리스마가 없다는 점은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젊은 시절 시진핑의 힘든 훈련과 젊은 리더십이 중국 사회를 안정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변화를 담아내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이 낙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진찬롱 교수는 “부친의 거취 때문에 15세에 홀로 농촌으로 하방(下放)을 떠나 기층민중의 삶을 체험했다는 점이 시진핑의 특이한 경력”이라며 “다른 또래의 예비 지도자들이 혼자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하방을 했던 점과 대조적으로 시진핑은 혼자서 힘든 훈련을 거쳤던 만큼 지도자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또 “시진핑은 혁명원로의 자제로 인민에 대한 충성심을 별도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면서 “리버럴한 젊은 세대들은 시진핑이 첫 방문지로 ‘선전(深川)’을 택한 점에 긍정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 지도부가 세대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장애물은 없고, 젊은 층이 시진핑을 잘 따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국 전문가들이 모여 시진핑 총서기 집권 이후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정책 및 군사력 증강이 동북아 지역 안보와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집중 논의하는 이번 세미나는 12일까지 4개 세션과 18개의 패널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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