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리더십…“‘가치판단’ 말고 ‘조짐’을 읽어라”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개개인이 살아 움직이는 자율적인 조직이 살아 남을 것”
리더십이 화두다.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을 평가하고, 올림픽 메달을 이끌어 낸 축구감독의 리더십을 분석한다. 기업은 경영자의 리더십에 따라 흥하고 망한다. 특히 그 기업인들이 지금 ‘인문학’을 찾고 있다. 무슨 까닭일까.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경영자는 자신의 의사결정이 기업의 승패를 결정하므로 생사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다. 감각적으로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더듬이를 갖고 있다. 이 더듬이가 인문학을 해야 하는 느낌을 가진 것이다. 기업에서 인문학의 붐이 일어난 이유”라고 했다.
23일 저녁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현대경제연구원 주최 ‘HRI 리더스 포럼’에서 최 교수는 ‘노자와 개방적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국내 각계 기업 CEO들이 최 교수의 말에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의 질문 하나. “길거리에 귀고리를 한 여장 남자가 지나간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소리 내 대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설명. “만일 ‘좋다’거나 ‘나쁘다’라고 생각했다면, 미안하지만 여러분들은 아직 리더의 자격을 갖추지 않았다. 리더는 어떤 사태에 대해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 상황이 어떤 맥락을 반영하는지, ‘사태’를 ‘조짐’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신념에 따른 판단은 쉽다. 정치적인 판단이다. 이런 판단이 많으면 이념과 신념의 충돌만 있지 화해가 없단다. 이런 ‘조짐’을 읽는 리더의 능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질문해라. 예전에는 불가능한 일이 지금 가능해졌다면 대체 무슨 변화인지 질문하는 것이 리더다. 대답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지식을 잘 기억해서 전달한다는 뜻이다. 대답하는 자신은 수단이고 지식의 통로일 뿐이다. 반면 질문은 자기욕망이며 호기심이다. 질문만이 자신이 자기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2500년 전 중국의 인물 ‘노자’가 등장한다. 노자는 도덕이건 선이건 ‘좋은 것’으로 합의되는 순간 권력이 되어 구분하고 억압하게 된다고 했다. 보편적 기준이 선명한 사회는 폭력적이며 자율적인 참여가 불가능한 사회라고 설명한다.
최진석 교수는 “노자는 구체적인 세계로 돌아가라고 했다. 구체적인 세계에서는 이념에 억압받던 개별적 존재가 생명력을 발휘하게 된다. 자발적 생명력, 즉 자율성이 조직과 사회를 강하게 한다”고 말했다.
즉 기업 조직에서도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 보다 ‘알아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야 하는, 좋은’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익명성에 묻힌 큰 조직은 작게 쪼개서 관리해야 한다. 개개인이 ‘이념’이 아닌 ‘고유명사’로 존재하는 조직, 내 활동이 눈에 보이는 ‘작은 조직’이어야?한다고 했다.
최 교수가 설명한 노자의 리더십은 이렇게 요약된다. “욕망이 자유롭게 발달될 수 있는 구조를 잘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이는 상상력, 창의력과 연결된다.”
덧붙여서 최 교수는 이 한 편의 시에 지금 시대가 인문학에서 요구하는 노자의 사상이 있다고 소개했다.
“춤춰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박소혜 기자 fristar@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