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칼럼] “일류 정치지도자가 나타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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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공작·꼼수·거짓말 일삼는 사람은 안돼
얼마 전 한 방송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 나라는 지금 심리적으로 내전 상태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게 실제 전쟁 상황이 됐다. 대통령이 군인들을 국회로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의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보는 것 같다. 백오십분의 전쟁에서 시민과 국회가 승리했다. 탄핵소추안이 오르고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함량 미달의 미숙한 정권 이었다. 명태균이라는 변방의 정치꾼에게 대통령 부부가 휘둘렸다. 대통령이 민심과 원칙보다 내가 가진 권한이 무엇인가만 생각하다가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다. 우물안 개구리 같은 검사의 좁은 정신세계에서 벗어나지를 못한 것 같다.
미숙한 대통령의 실수로 승자가 된 야당이 승리한 점령군의 행세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국회에 참석한 총리와 국무위원들에게 허리를 90도 굽혀 사죄하라고 했다. 총리가 네 번을 고개 숙였다. 정권에 민감한 경찰은 총리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그들은 사실상 계엄계획도 모르던 사람들이었다. 군 출신의 한 의원은 항복한 군인을 심문하듯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특전사령관의 면담을 생중계 했다고 한다. 패배한 대통령에 대한 확인사살같은 느낌이 드는 방송을 봤다. 언론인 김어준씨가 국회에 나와 비상계엄사태와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암살조가 가동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체포되어 이송되는 한동훈을 사살한다. 조국 양정철 김어준등이 호송되는 부대를 습격해 구출하는 시늉을 하다가 도주한다. 특정 장소에 북한군복을 매립한다. 일정 시점 후 군복을 발견하고 북한 소행으로 발표한다. 한동훈 대표는 북한소행으로 몰기 용이한 여당대표고 조국 양정철 김어준의 구출작전 목적은 북한이 종북세력을 구출하는 시도를 했다고 발표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미군 몇명을 사살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폭격을 유도한다”는 제보를 국내의 우방국 대사관으로부터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은 끝까지 반국가세력과 싸우겠다고 버티고 있다. 대통령 경호요원들과 압수수색하러 간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기도 했다.
나는 요즈음의 세상을 보면서 미친개와 독사의 싸움이 연상되고 있다. 상대방에게 방해를 받으면 화를 내며 서로 찌르고 물어뜯는 것이다. 그들의 해묵은 원한들이 쌓이고 쌓여 나라를 흙탕물로 만들어 놓고 있다. 모략과 모략이 부딪치고 선동과 선동이 부딪쳐 위험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가짜뉴스들이 부유물이 되어 세상을 온통 뒤덮고 있다.
내가 변호사이기 때문에 우연히 정치지도자가 된 그들의 이면을 들여다 보게 된 경우가 있다. 구속됐던 박근혜 대통령이나 전직 국정원장이 정말 뇌물범이었을까. 법의 밥을 사십년 먹어온 나는 아니라고 봤다. 일이심의 판사들 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뇌물범이 아니라고 했다. 그걸 뇌물로 엮은 검사는 어떤 정신세계에 있는 사람인지 의문이었다. 그 검사가 이 나라 최고 정치지도자가 됐다. 나는 석방된 국정원장에게 대통령에게 가서 자신을 정말 뇌물범으로 생각했는지 한번 물어보라고 했었다.
야당 지도자의 정신세계도 나는 의심스럽다. 오래전의 일이다. 사건의뢰인으로 알게 된 한 여배우가 정치신인으로 나선 인권변호사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하면서 분노하는 걸 봤었다. 아마도 둘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배우를 말렸다. 뻗어나가는 정치인을 파멸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세월이 흐른 후 그 사건이 방송 화면에 터져나왔다. 정치로 나선 인권변호사가 어느새 대권후보가 되어 있었다. 정치인이 된 그는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이었다. 정의로운 인권변호사와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았다.
같이 낚시도 하고 알고 지내던 건설사 사장이 목을 매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의 주머니에는 그가 뇌물을 준 몇 명의 정치인들 이름이 적힌 쪽지가 들어있었다. 죽은이가 남긴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정치인에게 돈 심부름을 한 부사장도 내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솔직하고 괜찮은 사람이었다. 죽은 건설사 사장은 정치의 이면에서 활약하던 거물이었다. 그래도 죽은 사자는 살아있는 개만 못한 것 같았다. 쪽지에 이름이 적혀있던 정치인들은 무죄가 됐다. 그리고 다시 이 나라의 대권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다.
나라를 흙탕물로 만드는 그들은 국민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원칙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따르려는 마음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정치공작이나 꼼수를 쓰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람이 사람인 까닭은 자기를 이기고 적을 용서하는 데 있다. 평화는 적을 존중하면서 그에게 적절한 이익과 권리를 인정해 주는 데서 오는 게 아닐까. 적대 감정을 없애고 상대방이 나를 믿게 하고 내가 그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노아의 홍수같은 여론의 물결이 야망에 가득 찬 삼류 살덩어리들을 다 휩쓸어 가고 새로운 일류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런 존재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