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사회사] 러시아 공안의 가해자와 피해자
혁명법정의 판검사들은 첫째, 출세욕이 강했다. 어떻게든 눈에 들어 승진사다리 올라가려고 했다. 돈 받아 챙겨서 썩지 않는 튼튼한 연줄 산다. 부패와 동행한다.
둘째, 법이론 왜곡해서 실세의 뜻 관철하는 충견이 됐다. 죄 없는 혁명 유공자 한명 죽이려고 무고한 시민 아홉명을 엮어 넣는다.
19세기 중반 러시아황제 니콜라이 1세는 법률가의 ‘법’자만 나와도 치를 떨었다. 프랑스혁명 때 누가 나라를 파괴했는가? 미라보, 마라, 로베스피에르다. 다 변호사다.
이들이 잡계급인 라스노친치(雜階級人)을 형성했다. 귀족과 사제와 같은 상층도 아니고, 농민과 같은 하층도 아닌 어정쩡한 잡놈들이었다.
셋째, 말솜씨가 일품이다. 웅변으로 현혹시킨다. 유죄 날조하고 무죄 조작한다. 넷째, 사형에 집착했다. 영혼까지 피 묻혀 권력자 총애 얻었다.
다섯째, 그러면서도 “나는 법대로 했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자세다.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 전혀!
잡아가는 공안요원
안드로포프는 헝가리의 경험을 살려 공안기관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완화시키고자 했다. 흐루쇼프가 비판하고 고쳐나간 스탈린의 인간말살 악행을 근절하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경악했다. 피의자를 피 튀기게 두드려 패고 있었다. 아니, 아직도 몰래 이러고들 있나.
살인도구 습성 못 버려
조사방법(methods of interrogation)을 모두 정리, 보고하라 지시했다. 고문종류가 52가지나 나왔다.
타작하기=구타, 잠 안 재우기, 털 뽑기, 열탕과 냉탕에 번갈아 넣기, 목 마른 피의자에 오줌 먹이기, 재갈 물려 끈을 뒤로 돌려 발에 묶어 매다는 통닭구이, 코에 고춧가루 물 붓기 등 여전했다.
잡혀가는 사람들
충성심에 대하여 오해를 사지 않도록 몸조심하며 살았다. 아침에 집에서 식구들 있는 데서 눈 뜨는 기적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했는데…
느닷없이 누군가가 문 두드린다. 이 이른 시간에 무슨 일?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발길질한다. “어서 열어!” 몇 대 두드려 맞고 풀려날 상황이 아니구나. 절망이 엄습한다.
집안에는 늘 식구수대로의 조그만 가방에 신변잡화를 넣어 두었다. 언제든 들고 공안원 따라 나설 채비 돼있다. 아이들에게도 연락수단을 몇 번이고 가르쳐 놨다.
공안은 공생을 위한 제도여야
1953년 흐루쇼프 서기장이 생각 고쳤다. 당사자만 법대로 처벌했다. 죄 없는 일가친척과 친구와 동료는 그냥 놔뒀다. 고문 줄어들었다.
기능도 국가의 현재와 장래의 안전을 담보하는 국가안보(state security)로 회귀시키고자 했다. 국가전략구상용 정보제공자는 미래 안내역이라고 본 것이다.
1964년 브레즈네프가 백지로 돌렸다. 흐루쇼프 쫒아내는 쿠데타 모의 때 개혁 중지=부패한 당과 정부와 공안 요원도 직업 안정(job security)을 보장, 내 편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안드로포프의 부하들이 제거대상 아프가니스탄 지도급 인사 명부를 갖고 갔다. 5천명은 기본으로 제거.
안드로포프, 1982년 제1인자 됐으나 신장병과 당뇨로 병원신세만 졌다. 공안보스 15년에 골병만 들었다. 서기장 자리는 15개월 지켰다.
2011년 메드베데프 대통령. internal security 기관인 경찰과 state security 기관인 공안과의 협력에 선 그었다. 양자의 밀월은 나라 망치는 첩경이라고 경고했다.
공안에게 필수품 있다. 마음 달래는 염주(worry beads). 그걸 돌려 불안감 떨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