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삼 본향’ 금산 문정우 군수의 원칙 있는 뚝심 ①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문정우 금산군수 <사진=이상기 기자>

2020년 7월을 기해 민선 7기 지자체장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아시아엔>은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의 문정우 군수를 6월 22일 만나 취임 2년 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본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게재된다. -편집자

[아시아엔=인터뷰 이상기 기자·정리 이주형 기자, 사진 금산군청 제공] 금산군청 군수 집무실 앞. 글귀가 쓰여있는 액자들이 눈에 띈다. 이 액자들은 문 군수가 취임하기 한참 전부터 있던 것들이다.

“전임자가 했던 것들을 싹 바꾸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잘 한 것들은 계승해야 한다. 내가 무엇이 잘났다고 전임자들이 이뤄놓으신 것들을 바꿀 수 있나.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정우 군수 체제 만 2년, 금산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0년 금산군은 군정 역사 최초로 예산 5000억원 시대를 맞이했다. 국·도비를 적극적으로 확보했고,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신속히 대응했기에 얻은 성과다. 금산전통인삼농업이 인삼작물로는 세계 최초로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여러 성과들이 있지만 문정우 군수에겐 잊을 수 없는 두 가지 일이 있었다.

“취임 당시 가장 큰 현안이 의료폐기물처리시설 행정소송이었는데 1심에서 패소한 상황이었다. 청정지역 금산에 전국의 각종 의료폐기물이 몰린다고 하니 군민들이 전부 들고 일어났다. 취임 후 2심 변론 때부터 매번 법정을 찾아 참관하니 판사님이 ‘자치단체장이 법정에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인데 여기까지 오셨냐’면서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더라. 그래서 ‘판사님이 보셨듯, 금산군민들은 의료폐기물처리시설을 막으려고 수년간 투쟁해왔다. 법적으로 틀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람들 대다수가 반대하면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셔서 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현명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덕분에 승소할 수 있었고, 작년 2월 대법원에서 최종판결도 내려졌다.”

2019년 12월 금산군 위생매립장에서 열린 생활자원회수센터 준공식에서 인사하고 있는 문정우 금산군수

의료폐기물처리시설이 외부와의 갈등이었다면, 생활폐기물 원스톱 친환경처리시스템 설치는 군의 해묵은 갈등이자 오랜 숙원이었다. 쓰레기 매립장을 설치하면서 군청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보상금을 건넸으나, 시설이용 계약기간이 10년으로 설정돼 있던 바람에 주민들은 “기간이 만료되는 2019년 6월 초 계약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금산군청은 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기엔 1차 매립장만으로는 부족해 소각장 개설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보상금 분배과정에서 동네 사람들이 두 패로 갈린 것도 문제였다. 결국 지난해 3월, 문 군수는 생활폐기물 원스톱 친환경처리시스템 설치와 주민 갈등 봉합이라는 두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수의 주민 대표단과 관계자들을 군청으로 불러모았다.

“20년 넘도록 쓰레기매립과 소각장 문제로 금산이 너무 시끄러웠다. 지난 세월 동안 다투기만 하다 돌아가신 분들 떠올려봤나? 끝을 못 보신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라. 단 한번 주어진 인생 아까워서라도 이렇게 못하는데 언제까지 이럴 거냐. 여기서 종지부를 찍자. 제가 지킬 수 있는 원칙을 말하겠다. 더 이상의 보상금은 없다. 소각장은 공사가 끝남과 동시에 정상가동 된다. 이전도 없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군민의 혈세가 투자됐는데 여기서 멈추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다. 군수직을 그만두는 한이 있어도 그렇게 못한다.”

외부에서 생산된 폐기물을 금산에서 처리하는 의료폐기물 처리시설과 달리, 생활폐기물 원스톱 친환경처리시스템은 금산의 생활쓰레기를 군 내부에서 처리하는 공간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 군수는 원칙을 앞세웠고, 금산군은 2019년 6월부로 300년간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해 시설을 설치했기에 금산군은 대한민국환경대상 환경보전 부문 대상도 수상할 수 있었다.

군수 문정우의 세 가지 키워드: 원칙과 소신, 그리고 적극성

원칙으로 현안들을 해결해온 문정우 군수. 그가 원칙 이외에도 금산군의 공무원들에게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으니, 소신과 적극성이다.

“‘안 되는 것은 없다’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업무를 수행한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면 못 할 것이 뭐가 있나. 정부 예산 확보를 예로 들어보자. 정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선 누가 봐도 타당한 기획안을 신속히 올려야 한다. 군청 공무원들에게도 기획재정부에 기안서를 들고 가서 담당자를 설득해보라고 한다. 한 번에 통과되지 못할 수 있다. 두 번, 혹은 세 번도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끈질기게 도전하면 안 될 일도 될 수 있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면 소신대로 가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물론 비리는 저지르면 안 된다. 만들어놓은 규정이 모두 다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면 소신껏 밀어붙여야 한다. (업무지침) 문구 하나로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들이 있다. 그들에게 ‘애매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한테 가지고 와라. 관련 문서에 군수 특별지시사항이라고 각주 달고 서명하겠다.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말한다.”

지난 5월 열린 경방신약의 금산인삼약초특화농공단지 입주식. 문정우 금산군수(왼쪽에서 5번째)와 김충환 경방신약 대표(왼쪽에서 4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적극행정’이 요즘 공직사회의 화두다. 이에 더해 문정우 군수는 공무원들이 소신을 지니고 업무에 나설 것을 강조한다. 문 군수가 말로만 적극성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직접 행동에 나서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를 잘 드러내는 사례가 금산인삼약초특화농공단지(총 면적 11만 4686㎡)의 경방신약㈜ 입주 유치 건이다.

“취임하고 보니 금산인삼약초특화농공단지의 분양률이 15% 정도더라.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순회 홍보하면서 여러 곳과 접촉했는데 그 중 하나가 경방신약이었다. 알고 보니 다른 지자체와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상황이더라. 인삼과 한약재를 원자재로 한 건강식품을 주로 만드는 기업인데 ‘인삼의 고장’ 금산으로 들어와야 컨셉에 맞지 않겠냐고 김충환 경방신약 대표를 설득했다. 취임 후 최초로 입주계약을 체결한 경방신약을 시작으로 여러 업체들과도 계약을 체결해 나갔다. 진입이 어려워 분양할 수 없는 곳을 제외하면 금산인삼약초특화농공단지의 실질적인 분양을 완료했다. 가만히 있어서 되는 것은 없다. 움직여야 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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