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한국경제] 삼성의 빛과 그림자

2015012203207_0[아시아엔=강승용 경제평론가] 1월이 지나 2월이 되었다. 온 국민의 명절인 설이 지나고도 아직 내수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여전히 혼란스러운 정치형국에 예전만큼의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풍요로운 설을 맞이한 회사들이 있다.

삼성전자는 높은 실적과 최고 주가를 달성했다. 한국대표 기업의 승승장구, 물론 기쁜 일이지만 한편으로 걱정되는 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번에는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았으며, 오늘은 이와 연관지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살펴본다.

삼성의 희망과 그림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지난 기고문에 대해서 간략하게 요약한다. 지난 기고문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이 장중 200만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갱신했다는 내용과 상승하는 주가 흐름의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삼성의 희망과 그림자를 언급하였다.

삼성전자의 주가 고공행진은 한국경제의 자랑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의 본사가 대한민국에 있으며, 주요 의사결정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고용창출 효과도 상당하며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삼성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주요전략은 Fast-Follower로 요약될 수 있다. 시장 개척자는 아니지만 성장성이 큰 주요시장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바탕으로 경쟁자들에 비해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인다. 오너 경영 체재와 정부의 지원은 Fast-Follower 전략에 아주 적합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지금 삼성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물론 반도체, 휴대폰 그리고 디스플레이 등이 한동안 삼성을 먹여 살리겠지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청문회에서도 언급되었듯 대기업의 정부에 대한 기부금, 부담금 등은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정경유착의 고리를 가지고 왔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삼성의 경영진, 그리고 이러한 사건이 정부의 지원과 연결되었다. 삼성의 위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존재목적은 ‘이윤창출’이다. 이는 너무나 명백하다. 기업은 자신의 영업활동을 통해 부를 창출하기 위해 존재하며, 이러한 활동이 부진할 경우 기업은 없어진다.

그런데 과거에는 기업의 존재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활동 등이 강조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고 언급되며,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CSR은 기업의 이해 관계자 요구에 적절히 대응함으로써 사회적 의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활동이라고 정의된다. 이는 기업의 이해 관계자를 과거에 비해 조금 더 넓게 해석하게 된 결과이기도 하다. 기업의 이해 관계자는 좁게는 회사 내부에 존재하는 주주, 고용인 등이 있을 수 있다. ‘이윤창출’이라는 목적은 좁은 이해 관계자의 절대적인 요구이다. 그러나 눈을 조금 돌리면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더 늘어난다. 기업의 상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및 기업에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제3의 기업 그리고 넓게는 기업이 속한 지역사회, 국가사회가 될 수 있다. 더 넓게는 전 세계가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다.

기업의 CSR 활동은 점점 넓어지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역량에 따라 더 넓은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기업도 있는가 하면, 조금 더 좁은 이해관계자를 가정하기도 한다. 물론 이 범위를 정하는 것은 기업 자신이며, 경영자는 기업의 경영철학에 따라 이에 맞는 CSR 활동을 하게 된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변한다. 물론 기업이 자신의 이해관계자 범위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대한민국의 가장 큰 목표는 경제발전이었다. 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은 대한민국은 대기업 성장이라는 전략을 택하였다. 역량을 특정 분야에 집중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는 발전하였다. 기업 내부, 외부 할 것 없이 이해관계자들의 목표는 일치하였고, 더 넓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는 동일했다.

바야흐로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봉사활동, 기부 등과 같은 활동은 고려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기업의 이윤창출 활동 자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였던 것이다.

온 국민의 노력과 함께 대한민국은 빠르게 성장하였다. 이제 절대적인 빈곤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그렇게 되니 사람들은 상대적인 빈곤의 고민에 빠졌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온 국민이 함께 이루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두가 노력했다. 그런데 그 부의 편중된 분배는 상대적 빈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경제성장 과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의 복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이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요즘 회자되는 CSR 활동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기업은 사회에 부를 환원하고 이를 통해 더 장기적인 영업활동이 가능하다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는 상대적 빈곤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였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과정이자 목표

윌리엄 워서(William Werther)와 데이비드 챈들러(David Chandler)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과정’인 동시에 ‘목표’라고 정의했다. 필자는 이 정의를 보고 과정에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더 강조하고 싶다. 기업의 영업활동에 따른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결과적 차원에서의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그 영업활동 과정에서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이 CSR 활동으로 다양한 기부활동, 봉사활동 등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강조하며,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반쪽짜리 활동이다.

기업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부를 창출하기 위한 영업활동 자체에서의 사회적 책임에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제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결과에 대한 사회적 책임뿐만 아니라, 과정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정치권력을 이용한 영업활동, 그리고 이것을 지원한 정부는 과정에서의 사회적 책임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대기업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가져왔으며, 그 중심에 삼성이 있다.

삼성에 요구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2017년은 삼성에게도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기대되듯 삼성의 영업활동은 순항할 것이다. 주가는 사상 최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직원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질 것이다. 그러나 최근 거세진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는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과정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 중에서도 정경유착의 고리, 경영진의 상속 이슈 등은 가장 먼저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법적인 책임일 수도 있지만, 도덕적인 해명일 수도 있다. 우리는 과정에서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가 우리가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것이다.

삼성이라는 기업이 지금의 위치에 있을 수 있게 만들어 준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반 대중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흩어진 소수집단들은 무섭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이 뭉치면 상황은 다르다.

지금 우리들이 요구하는 것은 어떠한 처벌이 아닌 정당한 해명이다. 무조건 법적인 처벌을 피하고자 하는 회피적 의사소통이 아닌,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사소통인 것이다.

대한민국의 제1기업인 삼성이 이러한 목소리에 응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욱 더 성장한, 그리고 변화한 삼성의 모습은 대한민국 경제의 자랑일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