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현명한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애정을 받는 것.(중략) 건강한 아이를 낳든/작은 정원을 가꾸든/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당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조금 더 쉽게 숨쉴 수 있었음을 아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에서 발췌) 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누가 길이 보존해 줄까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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