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제주 배경 ‘폭싹 속아수다’에 거는 기대

“폭싹 속아수다”
요즘 네플릭스에서 시리즈부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인생 드라마다. 전쟁과 산업화, 민주화 과정이 담긴 대한민국의 인생 드라마는 국민적 지지를 받는다.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인기 폭발이다. 온 국민이 좋아하는 배우 아이유와 박보검이 주인공이다. 이들의 연기는 언제 봐도 톡톡튄다.

주말에 드라마 4회를 몰아봤다. 재미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간간이 제줏말이 들리기는 하지만 제줏말과 전라도 억양, 서울말이 뒤섞인 듯하다. 우리 집이 가난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조구’란 걸 먹어 본 적이 없다. ‘솔라니’나 ‘오토미’란 말을 들었거나 먹은 적이 있어도 ‘조구’는 생소하다. 이 드라마에서 ‘조구’는 대단한 반찬이 되는 바닷고기이다.

이제 4분의 1을 공개한 드라마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주를 배경으로 만든 것이라면 좀더 제주와 밀착했으면 하는 좋겠다고 생각하면 욕심일까. 제주의 문화, 자연, 풍경이거나 시대의 현장을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예를 들자면 그렇다. 어촌의 풍경이거나 시장의 모습도 뭔가 어설프다. 촬영 세트장도 그렇다.

초가의 형태도 어색하고 산야도 제주의 선과는 달라 보인다. 촬영 세트장이 제주에 있는지도 궁금하다. 드라마를 통해 제주의 멋과 아름다움을 무대로 삼는 것도 좋지만 제주의 정체성을 지키고 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기대가 크다.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은 예전에 <미생>, <시그널> 같은 드라마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제작비도 600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60년대 이후 제주사회, 감귤과 관광산업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그 무렵 제주 사람들의 상처로 남아있는 4.3이라는 트라우마를 어떻게 녹여갈 것인지도 궁금하다.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김건일

아시아기자협회 이사, 한라일보 전 사장, 제주mbc 전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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