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박일환 동시집 ‘토끼라서 고마워’

박일환 동시집 <토끼라서 고마워> 표지

닭을 키우다 보면 천적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끼치는 놈이 서생원 쥐다. 알도 물어가고 햇병아리도 물어간다. 어미닭도 파먹는다 하는데 그런 경우는 당해보지 않았다. 

고양이, 개도 닭을 잡아먹는다. 병아리가 울 밖으로 나오면 이들의 공격 대상이다. 개한테 병아리 여러 마리를 잃었다. 너구리가 닭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어미닭과 병아리 5마리를 한꺼번에 잃은 적도 있다.

족제비의 습격을 받은 적도 있다. 공격 도중 발견해서 물리치긴 했지만 다리를 물린 수탉은 한달 넘게 다리를 절었다. 3년 전 담비의 습격을 받은 적도 있었다. 담비가 닭 맛을 보면 닭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토끼는 닭을 해치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고 맛있는 풀만 먹고 산다.

박일환 시인이 두번째 동시집을 냈다. 제목은 <토끼라서 고마워>(도토리숲 출판사)이다. 

나는 겨우 토끼야
사자나 호랑이는 못되고
하다못해 너구리나 고양이도 못되는
나는 그냥 겁만은 토끼야

나는 겨우 토끼야.
곰처럼 힘이 세지도 못하고
원숭이처럼 나무에도 못 올라가고
여우처럼 꾀가 많지도 않고
나는 그냥 한심한 토끼야.

​그래도 나는 토끼라서 고마워.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앞니로 홍당무를 갉아 먹고
두 귀를 쫑긋 세울 때
아무도 나를 무서워하지 않으니까.

​토끼 보러 가자는 말은 해도
토끼를 피해 도망가자는 말은 안 하니까.
누구에게나 친구가 될 수 있는
나는 토끼라서 정말 고마워.

나약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 이러한 토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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