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규의 시선] 누렁이가 맺어준 대구 대원고 이사장과 20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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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대구 대원고에서 재단 이사장님과 교직원분들 모시고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주제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촘촘하게 서로 연결되었고 인연의 끈은 참으로 길고도 질기다는 것을 새삼 느낀 하루였습니다.
20년 전 <문화일보> 지면에 ‘생명을 찾아서’를 매주 연재하였습니다. 그해 여름 충청도 오지마을인 사기막골을 취재하고 이장 댁 뒤 마당에서 철장에 갇힌 누렁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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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을 앞두고 삶의 의욕을 잃은 듯 물끄러미 저를 바라보고 있는 누렁이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회사로 돌아와 ‘생명을 찾아서’ 코너에 철창 속 누렁이를 소개하면서 오랫동안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보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대구에 있는 경북외국어대 총장님이 신문에서 누렁이 사진과 기사를 보고 측은지심이 일어 충청도 사기막골에서 누렁이를 대구까지 데려가 캠퍼스 내 생명동산을 열고 누렁이를 신입생으로 입학시켰습니다.
그 후 누렁이는 장가도 가고 죽을 때까지 총장님의 보살핌 속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저를 초청한 대원고 이영상 이사장님이 당시 경북외국어대 총장님이십니다.
그 누렁이를 통해 맺어진 인연이 20년째 이어졌고, 이날 총장님이 재단 이사장으로 계신 대구 대원고에서 교직원들을 모시고 강연을 한 것입니다. 오늘 강의 중에 누렁이 사진이 나오자 이사장님은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그 인연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상경하는 기차 안에서 추억을 길어 올려 몇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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