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퓰리즘-이집트] 실패한 포퓰리즘과 중동의 미디어
포퓰리즘의 기원은 어디인가? 어떤 학자는 로마제국의 의회를, 또다른 한편에선 미국 건국 이후 확산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흐름에서 생겨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의회이다. 본래 국가운영에 국민의 뜻을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의회정치는 그러나 실제로는 국민을 앞세워 자기 자신과 정파의 이익을 챙기는 정치인들에 의해 오염되는 일이 다반사다. 바로 이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매거진 N>은 아시아 각국의 정치현장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포퓰리즘을 살펴봤다. <매거진N> 11월호 스페셜 리포트는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초 집권과 2016년 7월 쿠데타 이후 권력 강화 과정에서 그가 포퓰리즘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추적했다. 또 고대로마 이후 의회정치의 산실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현재 연립내각의 ‘포퓰리즘 노하우’를 살펴본 독자들은 파키스탄, 이집트, 필리핀의 정치현실과 포퓰리즘과의 함수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IT강국으로 강력한 규범에 의해 통제되는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싱가포르에선 포퓰리즘이 과연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지 이 나라 최고 매체인 <스트레이트타임즈> 기자출신인 아이반 림 아시아기자협회 전 회장의 분석을 통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아시아엔=아시라프 달리(Ashraf Dali) <아시아엔> 중동지부장, 아시아기자협회 회장] 포퓰리즘은 팬들을 모으는 일종의 ‘위조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포퓰리즘에 대해 긍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유럽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포퓰리즘에 대한 인식은 반드시 자유민주주의에 적합한 것은 아닐지라도 포퓰리스트가 던지는 질문은 사람들이 상당 부분 공감하는 것들이 많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포퓰리즘 정당은 소수자를 대표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다수라고 믿고 있다. 일부 유럽국가, 즉 루마니아나 이탈리아 등에는 대규모 부패문제가 있다. 하지만 강력한 포퓰리스트 정당을 가진 덴마크나 네덜란드에는 부패가 거의 없다.
한편 아랍권에서는 포퓰리즘은 여러 얼굴을 지니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 등은 대중 앞에서 자신들의 사상과 정책을 전파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들이 사용한 방법은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그것과 거의 유사했다. 그 결과, 나세르, 후세인, 카다피 등과 그들의 국민은 세계로부터 고립돼야 했다. 이들 지도자들은 결국 정치에서 실패해 살해되거나 혹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포퓰리즘은 그들 개인과 국가 모두 비극으로 인도한 것이다.
포퓰리즘은 정치인들의 부정적인 관행과도 관련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되고 있다. 정치에서 포퓰리즘은 도덕성을 표방하기도 하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다. 축구, 영화배우, 예술가, 언론매체 등 다방면에서 포퓰리즘은 또아리를 틀고 사람들에게 혀를 내밀고 있다.
포퓰리즘 관련 저서를 낸 폴 타가트는 SNS가 본질적으로 정치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고 보면서도 이미 진행 중인 특정 프로세스를 강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럽의 경우 1980년대까지 전통 미디어는 기존 정당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었다. 하지만 이후 미디어의 상업화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전통 미디어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는 독재자, 부패 사업가, 가짜조직 및 시스템의 포퓰리즘 선전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2012년 6월에 군부집권 60년만에 이뤄진 첫 직선투표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지원하는 모하메드 무르시가 당선됨으로써 이집트 역사상 최초의 이슬람 정권이 탄생했다. 하지만 집권 1년만인 2013년 6월 독재정치 및 경제파탄 등의 이유로 이집트 시민들이 다시 봉기했다. 당시 반정부 시위는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한달만인 7월 3일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다. 이에 따라 무르시 정권의 지지세력인 무슬림형제단 또한 몰락 위기를 맞았다. 무슬림형제단은 1년간 주도권을 잡았지만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조롱거리가 된 것이다.
신문, 방송, 그리고 소셜 미디어는 연일 무슬림형제단을 비판하고 수백만명의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무슬림형제단이 민 무르시의 퇴진을 요구했다. 놀랍고도 실망스럽게도 무슬림형제단은 자신들이 쫓아낸 군부정권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1억 이집트 국민들은 이후 자신의 권리를 정보기관과 군대 등에 다시 넘겨준 채 실의에 빠져야 했다. 자신들은 포퓰리즘의 유일한 희생자라고 자책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