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오늘을 살던 발레리나’에서 ‘내일의 CREATIVE한 감독’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사진=국립발레단>

공연을 앞두고 “이번 공연도 잘 마칠 수 있기를…” 무대, 토슈즈, 그리고 자신에게 s늘 이렇게 주문했던 강수진 발레리나. 이제는 국립발레단에서 예술감독 겸 단장으로 대한민국 발레에 새로운 비전을 그린다. 강수진 감독이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올해 만해대상(문예부문)을 수상한 강 단장을 8월 12일 인제 내린천센터 만해상 시상식장에서 만나 1차 인터뷰를 하고 이메일 등으로 몇차례 추가로 인터뷰했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기상 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깨우고, 뉴스로 세계 정세를 확인한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후 출근한다. 국립발레단 사무국에서 각 팀의 현안들을 점검하는 회의를 진행하며 단원들의 리허설을 코칭한다. 퇴근 후에는 남편, 반려견 써니와 산책도 하면서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중학교 시절 한국 무용을 배웠는데 발레와 어떻게 다른가?
한국무용과 발레는 가장 기본부터 다른 것 같다. 한국무용은 무릎을 굽히며 땅을 향하는 것이 기본이라면, 발레는 척추를 곧게 펴고 하늘을 향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춤은 결국 맞물리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무용을 배운 것이 발레리나로 작품을 접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발레가 나 자신이며 내 인생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매순간 함께 있고 싶듯이 발레가 그런 존재”라 말했다. 때론 사랑하는 존재와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때도 있지 않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가끔은 속이 상할 때도 있고, 또 너무 행복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과 다르게 속이 상할 때, 발레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면 그 간격을 좁히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미움 또는 슬픔이 싹틀 때도 발레에 노크하고 물어보면서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너무나 사랑하는 사이여서 이제는 서로 말없이 지켜보고 때론 부둥켜안을 수 있는 사이다.

마리카 베소브라소바 모나코 왕립발레학교 교장이 강수진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 “수진은 10만명 중 한 명 나올까말까 한 재능”이라 밝혔는데 ‘10만명 중 1명’은 어떤 의미였나?
스스로 칭찬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다만 선생님의 그 말씀은 숨어 있는 한 발레리나를 찾았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게 ‘it’이 있다고 말씀하신 것도 강수진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성을 보고 말씀하신 것 같다.

군무, 솔리스트, 수석무용수 프리마 발레리나로 한 단계씩 거치면서 무용계의 입지를 다졌다. 18세에 입단해서 11년만인 29세에 <오네긴>의 타티아나로 주역이 됐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을 터널을 걸으면서 불안한 적은 없었을까?
그저 발레를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평생 어느 자리에 올라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춤을 춘 적은 없다.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나’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지 않은 제 모습을 보면 그건 불안했을 수 있지만, 불안한 감정보다는 다시한번 토슈즈 끈을 묶고 연습을 했다.

“완전한 몰입 상태가 되어야 예술이 탄생하기에 깨어 있는 순간에는 오로지 그것만 생각한다”고 했는데, 때론 스스로에서 벗어나거나 놓을 줄도 알아야 새로운 게 떠오르지 않을까? 몰입과 집중 그리고 집착은 어떻게 다를까?
몰입과 집중은 오롯이 그것 만을 생각하여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반면, 집착은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시절의 강수진 감독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의 오랜 시절을 지나 <카멜리아 레이디>의 주역을 맡으며 ‘무용계의별’로 떠올랐지만, 정강이뼈 스트레스성 골절로 1년을 쉬어야 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
무조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이 발레를 다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발레를 할 수 있도록 치료와 재활에 집중했다.

한국 발레의 뿌리가 깊어질 수 있도록 국립발레단(KNB) 무브먼트 안무가 발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떤 프로젝트인가?
2015년부터 시작된 기획으로, 지난 8월 6번째 무대를 마쳤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의 잠재력을 발굴하여 새로운 안무가를 육성하고 무용수들의 제2의 인생을 지원하고자 시작했다. 국립발레단의 대표적인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국립발레단만의 무대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고유의 발레 작품 레퍼토리 생성과 세계 무용계를 이끌어갈 안무가를 발굴하는 소중하고 귀한 축제의 장이다.

스스로를 ‘노력파’라 소개하며 “재능이 없었다면 못했겠지만, 재능만 믿고 안 했다면 아무것도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재능이 없는 경우는 어떨까? 진로에 대해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분야이던 약간의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력 또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재능 중에 하나다. 좋아하는 만큼 노력할 수 있는 마음이 갖춰져 있다면 일단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강수진 단장이 지난 8월 12일 ‘제 25회 만해대상’ 문예대상을 수상했다. 강 단장이 도우미 학생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주고 있다. 그는 ‘찾아가는 지역공연’ ‘찾아가는 발레교실’ 등의 공익사업을 적극 펼치며 국내 발레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Today is a new day!” 강수진은 보잘것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해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대중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나.
2014년에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겸 단장으로 취임했다.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또 전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발레단, 다양한 발레 작품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발레단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내 모든 것을 나누며, 관객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기를 마치고 그 언젠가 관객들에게 ‘CREATIVE 했던 예술감독’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