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풀었지만 분쟁은 여전히” 카타르 둘러싼 걸프만 국가들의 복잡한 ‘셈법’

육로 봉쇄가 풀린 사우디-카타르 국경 <사진=EPA/연합뉴스>

[아시아엔=아시라프 달리 아시아기자협회 회장, 실크로드문학 편집장] 2017년 6월 5일 시작된 걸프 국가들의 카타르 봉쇄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지역 경제를 악화시켰으나, 코로나19는 결국 아라비아의 카타르 봉쇄도 종결시켰다. 공통의 문화, 언어, 전통 및 역사를 지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 등 걸프만 연안국가(GCC)가 뭉치게 된 계기는 지리적인 요인이 아니라 바로 경제문제 때문이었다. 이들 국가는 머리를 맞대고 직면해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2021년 1월 5일 이들 각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 정상회의에서 카타르와의 관계정상화에 공동 서명했다. 하지만 UAE와 카타르사이엔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는 한편, 예멘과 시리아, 이란 등과 은밀하게 거래하고 있다는 의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카타르가 친 이슬람주의 외교정책을 완전히 재검토할 때까지는 관계개선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둘째, 2017년 6월 봉쇄조치 이후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아랍국가에 적대적인 터키와 가까워졌다. 아랍에미리트는 터키가 과거 시리아와 이라크를 침공했던 사실을 기억하며, 이웃국가와 표면적으로 화해할지라도 곧바로 신뢰가 회복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랍에미리트의 모하메드 빈 자예드 왕세제는 지난 1월 알-울라 정상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이는 카타르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셋째, 카타르의 언론이 도발한 ‘미디어 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 중심에 섰던 <알자지라> 역시 그리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알자지라> 폐쇄를 포함한 13개 요구사
항 중 단 한 건도 알-울라 협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와르 가르가시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의 언급이 흥미롭다. “협정을 체결한 것에 대해선 환영하지만,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할 수 없다. 카타르와 이해당사국들이 풀어나가야 할 문
제 가운데에는 쉽게 해결될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을 요하는 것들도 있다.” 그는 가시 박힌 한 마디를 남겼다. “시작은 매우 좋았다. 하지만 신뢰회복이라는 과제가 아직 남아 있다.”

지난 1월 8일 아랍에미리트는 카타르와의 항공, 해상 및 육로에 대한 출입국 재개 허용을 발표하면서, 이에 따른 부수적인 문제가 향후 양국회담의 주제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카타르-터키 간 동맹,
무슬림형제단를 비롯한 이슬람단체 지원 등의 문제 해결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걸프만국가들의 금수조치 발표 당시 카타르 기지에 병력을 배치하는 등 카타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적이 있다.

10년 전 ‘아랍의 봄’ 이후, 수니파 국가인 두 강대국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국가의 개혁을 이끌었다. 새로운 정치 제도 하에서 아랍 연맹 소속 국가들은 대 테러 위협과 사회경제 발전에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을 펼쳤다. 두 강대국은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갔으나, 불필요한 다툼을 피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듯, 사우디아라비아도 어느 날 터키와 협정을 맺을 수도 있는 일이다.

걸프만 국가들은 경제 위기, 코로나19, 정치 불안정 등으로 인해 향후 2년간은 대외 문제보다는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정치평론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분쟁이 완벽히 해결되기엔 시일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걸프만 국가들은 이제 막 카타르에 대한 봉쇄를 끝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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