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국왕 지시, 쿠데타 5년만에 3월24일 민정이양 ‘총선
[아시아엔=편집국] 태국 총선이 3월 24일 실시된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 잇티폰 분프라콩 위원장은 23일 긴급 선관위원 회동 직후 “오는 3월 24일 총선을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애초 예정된 2월 24일보다 한달 늦어진 것이다. 태국은 2014년 5월 군부 쿠데타로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권이 무너지고 군부정권이 집권한 지 4년 10개월만에 민정 이양을 위한 선거를 치르게 됐다.
군부정권은 집권 이후 개헌 후속 입법과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라마 9세) 서거 및 장례식 등을 이유로 총선을 수차례 연기해왔다. 선관위의 총선 일정 확정 발표는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태국 국왕이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실시를 승인하는 칙령을 내놓은 지 수 시간 만에 나왔다.
태국 군부정권은 지난해 말 민정 이양을 위한 총선을 올해 2월 24일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올 초 국왕 대관식 행사의 순조로운 진행을 명분으로 총선 연기로 입장을 바꿨다.
군부는 “5월 4~6일 대관식 행사 전후로 각각 보름간의 사전·사후 행사가 진행되며, 총선이 예정대로 치러지고 헌법에 따라 총선 결과가 60일 이내에 나온 뒤 정부 구성 등이 이뤄지면 대관식 행사와 겹친다”며 “총선일로 3월 24일을 잡은 것은 이같은 일정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야권 일각과 시민단체 등은 2월24일로 예정됐던 총선이 불가피하게 연기되더라도 늦어도 3월10일에는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선관위 결정에 대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일부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한편 1932년 입헌군주국을 선언한 태국은 영국이나 일본과 달리 왕실과 군부, 의회가 서로 견제하는 미묘한 권력구조를 이루고 있다. 왕은 총리를 불러다 무릎을 꿇릴 만큼 막강한 권위를 쥐고 있고, 군부는 왕실의 암묵적 지지 혹은 권력욕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다음 왕의 승인만 받으면 합법적으로 나라를 운영할 수 있다. 그 결과 태국에서는 지난 2014년까지 82년간 19회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비교적 쉽게 얻은 권력인 만큼 쿠데타에 성공한 군부 역시 적당한 시기에 민정이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육군 참모총장으로 2014년 5월에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친나왓 정부를 몰아낸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5년 가까이 집권하며 차일피일 총선을 미뤘고, 2016년에는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실시했다.
태국 의회는 하원의원 500명과 상원의원 250명으로 구성되는데 하원의원 중 350명만 유권자가 직접 뽑고 나머지는 비례대표다. 총리가 되려면 상하원 합쳐 750명의 의원 가운데 과반인 376명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군부는 2016년 개헌에서 민정이양을 위한 총선 이후 군부가 5년 임기의 상원 250명 전원을 임명한다고 못 박았다. 또한 선출된 의원이 아니더라도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짠오차 총리는 의원으로 뽑히지 않더라도 하원에서 126명의 지지자만 확보하면 총리가 될 수 있다. 이미 군부는 지난해 팔랑쁘라차랏당(PPRP)이라는 친군부 신당을 만들어 선거 준비에 나섰다. 당에는 산업장관을 비롯한 짠오차 총리 최측근들이 지도부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