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아라비안 나이트’와 아랍소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때아닌 설렘 속에 ‘맘살’을 앓는 이가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가는 중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신문사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이들입니다. 이들 가운데 소설 지망생이 특히 더 그렇습니다. <매거진N> 독자께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매거진N 8월호 스페셜리포트는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의 고국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소설, 아라비안 나이트로 대표되는 아랍세계의 소설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또 ‘소설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잊혀져온, 혹은 잃어버린 소설에 대한 꿈을 다시 꾸어봅니다.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은 어떤 게 있으며, 그들은 왜 대부분 실패의 길을 갔는지 등을 함께 들여다 봅니다.<편집자>

[아시아엔=아시라프 달리 <아시아엔> 중동지부장, <알 아라비 매거진> 전 편집장] <천일야화>는 영문 초판 번역본에 의해 <아라비안 나이트>로 알려지면서 전세계에서 아랍권의 가장 유명한 산문 중 하나가 되었다. 어쩌면 아라비안 나이트는 아랍이나 이슬람국가뿐 아니라 서부의 판타지소설 또는 SF장르 등 ‘소설의 어머니’라고 볼 수도 있다.

아랍문학에서는 소설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것이 아니며, 아랍 전통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는 견해가 있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소설과 오래된 구전동화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앞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구전동화’와 ‘소설’이라는 두 문학 장르의 문체와 내용상 유사점에 주목한다. 오래된 이야기들은 역사를 개작하여 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는 초기 소설의 형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역사와 지형적 사건들에 주목한 Gergi Zidane(1861-1941)의 역사 소설이 그 예다.

아랍어로 쓰여진 초기의 구전동화는 Ahmad Faris al-Shidyaq(1805-1887)의 <leg on the leg>다. 연재 형식으로 시작했다가 1907년 책으로 출판된 Isa Ibn Hisham의 구전동화 혹은 Muhammad Muwaylihi의 <A Period of Time>은 연재 당시의 내용상 혼란에도 불구하고 서술방식과 사회를 묘사하는 반현실적인 방법으로 인해 아랍소설의 기원에 가까운 글로 평가되기도 한다.

1914년 Muhammad Husayn Haykal(1888-1956) 박사에 의해 출판된 <Zainab>이라는 소설은 최초로 서구 기준에 맞추어 집필한 아랍의 소설로 여겨진다. 하지만 몇몇 역사문학가들은 <Zainb> 이전에 출판된 Gibran Khalil Gibran(1883-1931)의 <broken wings>(1912)를 효시로 보기도 한다. 종교적인 내용과 세계적 기준에 맞추어진 필체 그리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유럽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broken wings>는 이집트 중심의 문학·경제적인 산물임에 반해 소설 <Zainab>은 단정함과 전통적인 유럽풍 문체의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그 순박함을 지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고작 이야깃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거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익명으로 출판을 했다는 것이다!

이라는 쿠웨이트 이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Saud Alsanousi(1981년 쿠웨이트 출생)의 소설은 아랍권 소설 부문 국제상을 수상했다.

현실주의 소설의 여정

아랍소설은 1930년대까지 현실세계를 주로 반영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당대의 사회현상을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이후 유럽문화 영향을 받은 일군의 작가들이 아랍사상의 통합을 시도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소설가들로는 Taha Hussein(1889-1973), Mahmoud Taymour(1871-1930), Tawfiq al-Hakim(1898-1987) 등이다. 198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Naguib Mahfouz(1911–2006)은 아랍소설의 혁신을 이끌었다.

그가 아랍권 구전의 형성과정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밝혀내면서 아랍소설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였다. 언젠가부터 뚜렷한 특징을 가진 현대적인 ‘소설’의 형태가 여러 사건들에 의해 알려지고 진화하게 된 것이다.

아랍 소설가들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들을 출판할 것이다. Ibrahim Nasrallah(1954)와 같은 팔레스타인 소설가들은 당연히 고향 이스라엘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시리아의 푸른 바다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Hanna Mina(1924)는 이를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이집트인 Gamal El-Ghitani(1945-2015)는 역사소설로 고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젊은 세대들은 아랍세계를 떠나 새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페르시아 연안으로 옮겨갔다. <The Bamboo Stalk>이라는 쿠웨이트 이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Saud Alsanousi(1981년 쿠웨이트 출생)의 소설은 아랍권 소설 부문 국제상을 수상했다.

가말 기타니는 이렇게 말한다. “수백만 이집트인들이 페르시아 연안에서 일을 하고 있다. 시민권이 없는 그들의 삶을 관찰해서 나만의 시선으로 녹여내려는 열망이 내게 있었다. 최근 나의 소설 <Al-Turjoman>(‘번역가’란 뜻)에서 주인공 쿠웨이트 작가는 이라크의 침공으로 남편을 잃고, 20년 뒤 새로운 사랑으로 인해서 고통스러워 한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28명의 캐릭터가 내레이션을 하는 28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인종시장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책 속 주인공의 삶의 터전인 쿠웨이트부터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마닐라, 다마스커스, 토론토 그리고 뭄바이 등에 살며 체득한 경험을 적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찌 보면 별개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여전히 아라비안 나이트의 서막을 연상시킨다. 이 책뿐 아니라 여전히 많은 아랍권 소설가들은 서사적인 바탕의 산문을 반영하여 글을 써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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