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이집트에서 불 붙은 ‘가짜뉴스’ 논란과 언론인 구금
[아시아엔=아시라프 달리 아시아기자협회 회장] “23세의 주베이다는 인권운동가들이 사라지는 것으로 유명한 거리에서 실종된 이집트인 중 하나다. 그녀의 어머니는 BBC 카이로 특파원에게 딸이 경찰에게 고문당했다고 털어놓았다.”
BBC 뉴스나이트가 보도한 이 사건은 독재국가의 어두운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이집트가 이러한 사실을 뒤엎고 자기 방어에 나서기까진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BBC는 “주베이다는 당국에 의해 납치돼 고문 받았다”는 이집트 유명 TV호스트의 인터뷰까지 실었지만 이집트의 한 매체는 ‘날조된 사실’이라고 반박하며 사건을 무마시켰다. 이집트 ‘On satellite channel’은 BBC 기사와 뉴스 영상 ‘이집트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부정하기 위해 주베이다와 그녀의 남편까지 불러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집트 국가정보국(SIS)도 성명을 발표해 BBC의 기사를 ‘언론인의 비행’이라고 비판했다.
BBC의 특집기사는 무슬림형제단에 연루됐다는 죄목으로 SIS의 고문을 받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그러나 SIS는 “BBC는 주베이다 관련 날조 기사를 보도한 것에 대해 즉각적인 사과성명을 발표하라”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SIS의 수장 다이아 라쉬완은 이집트 공직자들에게 “BBC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기사에 대한 SIS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BBC를 보이콧해달라”고 요청했다. SIS는 “그렇다고 BBC가 취재하고 보도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라시완은 외신 기자들에게 “BBC가 SIS의 조치를 따르고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우선 주베이다는 그녀 어머니의 증언에 대해 어떠한 말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주베이다의 남편도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했었다. 주베이다의 모친은 무슬림형제단의 행사에 게스트로 딱 한번 참여하긴 했다. 주베이다가 납치돼 고문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들의 진술이 뒤죽박죽 엇갈린 것이다.
후에 이집트 현 정권과 대립하는 터키의 한 방송국이 ‘On satellite channel’의 인터뷰가 크나큰 오류를 범했다고 보도하며 논란은 증폭됐다. 터키 ‘Mekamlinh’은 “보안이 철저한 곳에서 인터뷰가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정보 당국에 체포돼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던 그녀가 스스로 모습을 나타내 실종 사실을 부인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주장했다.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대중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무엇이 진실인가? 기자들이 진실을 찾아 헤매는 동안 그들은 정치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예리한 감각과 정직한 판단력을 잃어간 채.
이에 대해 베테랑 경제지 기자이자 로이터통신 선임연구원인 존 로이드는 “스파이와 기자는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 첩보활동의 본질은 기밀유지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조차도 진실의 방 문은 닫히고 말 것이다”라고 밝혔다. 민주주의 국가 역시 이러한 상황에 처해는 있는데, 보여주기식 선거를 통해 중동을 거머쥔 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2018년 2월 28일, 이집트 당국은 ‘가짜 뉴스’를 보도하는 매체를 감시하라는 엄명을 내렸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이집트 당국은 정부에 반하는 다큐멘터리 ‘Minus 1095 Days’를 제작한 아흐메드 타렉 이브라임을 체포했고 셀마 알라 에딘은 구금시켰다. 반정부 운동으로 유명한 이들은 엘시시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한 영화 ‘1095 Days’를 비판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12월부로 이집트에선 최소 20명 이상의 기자들이 투옥됐으며 수감된 이들 중 절반은 ‘가짜뉴스 유포’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인보호위원회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비판적인 보도들을 검열하고 관련 기자들의 신변을 위협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언론인보호위원회 중동·북아프리카의 코디네이터 쉐리프 만수르도 워싱턴 디씨에서 “이집트 당국이 기자들의 신상을 위협하는 행위는 자유선거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라고 주장했다.
‘한 줄의 진실된 기사’를 쓰기 보단 ‘거짓의 늪’에서 물고기를 낚는 게 수월해 보이는 것이 이집트 언론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