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쿠르드당 돌풍 에르도안 13년 독주 제압···데미르타시 대표 인민민주당 첫 원내진출

[아시아엔=최정아 기자] 7일(현지시간) 치러진 터키 총선에서 쿠르드계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이 거센 돌풍을 일으켰다.

터키 전체 인구의 20% 수준으로 추정되는 터키의 쿠르드족은 이번 선거에 쿠르드계 정당으로 처음 도전해 12%의 득표율로 의석 확보 가능선인 최저 득표율 10%를 훌쩍 넘겨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HDP는 정당별 순위는 4위에 그쳤지만, 터키 총선이 동트(D’Hondt) 방식의 비례대표제를 채택해 원내 진출에 필요한 정당별 전국 득표율 하한선(봉쇄조항)을 10%로 정해 의석 확보가 가능해졌다.

HDP 전신 평화민주당(BDP)은 직전 총선인 2011년 이 기준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당선자들이 입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지난해 쿠르드계 정당들의 개편으로 출범한 HDP는 정당 후보를 내세우는 정면승부를 걸었다.

HDP는 쿠르드족 분리독립을 내걸고 30여년간 무장항쟁을 벌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무장해제 등 쿠르드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사회민주주의 정책들도 약속했다.

터키 언론들은 HDP 돌풍의 중심에는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공동대표가 있다고 평가했다. 데미르타시 공동대표는 지난해 8월 대선에 출마해 득표율 9.76%를 얻어 쿠르드 정치세력의 대표로 입지를 굳혔다.

디야르바크르 출신인 데미르타시는 앙카라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변호사로 일하면서 인권운동에 헌신했다.

그는 터키인권협회(IHD) 디야르바크르 지부장을 지냈으며 국제앰네스티(AI) 디야르바크르 대표도 역임했다.

그는 2007년 쿠르드계 정당인 민주사회당(DTP) 소속으로 정치에 뛰어 들어 2007년 총선 때 34세의 나이로 의원직에 올랐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의 무라트 예트킨 칼럼니스트는 최근 ‘데미르타시, 터키 정계의 쿠르드 팝스타’란 칼럼에서 “정치성향이나 민족과 무관하게 데미르타시의 대중적 인기가 높다”며 “그의 인기는 항상 웃는 얼굴과 격한 논쟁에서도 잃지 않는 온화한 태도, 그리고 그의 카리스마는 터키 정계에서 드문 사례”라고 전했다.

HDP는 사전 여론조사에서 득표율 9~11%로 전망돼 10% 이상 득표가 불확실했지만 12%를 넘겼고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13년 단독정부를 끝내는 주역이 됐다.

한편 HDP의 선전에는 지난 5일 쿠르드족의 수도격인 동부 디야르바크르의 폭탄공격의 영향도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HDP의 마지막 유세현장에서 TNT 폭탄이 터져 3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한 이 사건은 쿠르드족이 단결하는 계기가 됐다.

개표 결과 디야르바크르를 비롯한 쿠르드족이 다수인 동부 14개 주에서는 HDP가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HDP는 모든 당직을 남녀가 공동으로 맡고 이번 총선 후보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으며 지역구별 1순위 후보를 모두 여성에 배정하는 등 여성 문제에도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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