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경제Talk] 채선당 ‘샤브보트’, ‘혼바비언’의 선택을 받으려면
[아시아엔=석혜탁 <아시아엔> 기획위원] ‘혼바비언’.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재미있게 표현한 신조어다. 혼밥러, 혼밥족 등과 유사한 의미를 갖는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혼밥’은 그리 보편화된 풍경은 아니었다. 2008년 발간된 김신화 작가의 <혼자라도 즐거운 도쿄 싱글 식탁>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서울에선 남의 시선 때문에, 혹은 그냥 내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자일 때면 끼니를 건너뛰는 사람들에게 도쿄는 기회의 땅이다. 도쿄는 혼자 밥 먹는 연습을 하니 딱 좋은 도시니까.”
예전에 읽었을 때는 이 구절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비단 도쿄뿐 아니라 서울도 ‘혼자 밥 먹는 연습을 하니 딱 좋은 도시’가 됐다. 국내에서도 혼자 밥 먹는 문화가 확산했고, 혼바비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소 2명은 가야 먹을 수 있던 샤부샤부도 이제 혼자 먹을 수 있는 시대다. 외식기업 채선당은 1인 샤부샤부 전문점 ‘샤브보트’를 선보였다. ‘소고기 토마토 샤브’, ‘소고기 커리 샤브’ 등을 1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양도 혼자 먹기에 안성맞춤으로 나온다. 2인 메뉴를 시켜서 반 이상 남기는 일은 과거의 장면이 됐다. U자형 바(bar) 테이블을 마련해 혼자 먹어도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도 혼바비언을 고려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삼겹살, 보쌈 등도 1인 메뉴로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혼밥 트렌드의 변화 속도가 가파르다. 또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한 개의 음식을 주문해 점심 및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도 많아졌다.
1인 가구의 성장세, ‘집단’보다 ‘개인’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밀레니얼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등장 등으로 앞으로도 혼바비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일단 단순히 기존 음식을 소량화하는 수준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혼바비언의 까다로운 취향에 대한 세밀한 연구 없이 무작정 혼밥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뼈아픈 실패를 부르기 십상이다. 기존 제품과 차별화한 맛, 독특한 디자인, 매력적인 네이밍이 필요하다. 이른바 ‘펀셉트(fun+concept)’에 대한 고민이 필수적이다.
‘혼술(혼자서 음주)’, ‘혼디(혼자서 디저트)’ 제품과 연계하여 보다 창의적인 제품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오프라인 매장은 혼바비언의 품격을 유지해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섬세한 좌석 배치는 물론이고, 조명과 음악 등 인테리어와 매장 분위기까지 편안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2019년, 혼바비언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줄 콘텐츠의 출현을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