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시아·수니·쿠르드·IS 등 민족·종교갈등 해소 시급
시아·수니·쿠르드 3국연방제 논의…석유자원 분배·빈부격차 등 걸림돌
[아시아엔=성일광 중동전문가] 20세기 초 영국은 이라크에 최초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도입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영국의 국익이라는 현실과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이상이 충돌하면서 국익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면서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이상은 더 이상 설 곳을 잃게 된다. 그 결과는 이라크 군부의 득세로 1936~1968년 무려 15차례의 쿠데타를 겪으면서 이라크는 군부 권위주의 통치가 주를 이르게 된다.
다시 말해 영국은 이라크 군부의 쿠데타를 막아달라는 이라크 민족주의자들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국내문제라며 개입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이라크의 독재를 방관했다. 또한 이라크 내 민족주의와 반영국 정당들을 견제하면서도 자유주의 세력을 지지하지 않았고 이라크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시아 무슬림보다는 수니 무슬림을 정계에 더 많이 등용하는 실수를 범했다.
영국의 이라크 정책 실패는 이라크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미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이 만약 영국의 실수를 반복한다면 실타래처럼 얽힌 이라크 정국을 풀어나갈 가능성은 낮다.
최근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물러난 가장 큰 이유는 수니 무슬림과 쿠르드에 대한 차별이었다. 수니 무슬림에 대한 차별로 이라크 국내여론이 악화되고 수니 무슬림과 시아 무슬림 간의 갈등을 더 부추긴 측면이 크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라크 재건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는 이슬람 국가(IS)의 득세를 막지 못한 것이다.
새로 선출된 하이데르 알 아바디 총리는 말리키 총리에 실망한 수니 무슬림과 쿠르드뿐만 아니라 다른 세력들을 통합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이라크 통합보다 더 어려운 임무는 IS를 제거하는 문제다.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국의 공중폭격 지원에도 불구하고 IS차단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시아 무슬림의 득세에 실망한 일부 수니 무슬림들이 IS를 지지하거나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IS문제는 미국이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만큼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발상의 전환을 통해 IS와 대화를 통해 그들의 활동을 특정지역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는 방안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이라크 정국이 악화되면서 차라리 시아, 수니, 쿠르드 3국으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건설을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다. 연방제의 문제는 이라크 석유자원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누느냐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으며 빈부격차 등 경제문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라크 시민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왜 영국이 이라크 민주화에 실패했는지 곱씹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이라크는 시아와 수니 무슬림간의 갈등이 존재하고 IS라는 급진 이슬람 조직이 등장해 상황은 20세기초보다 더 나쁜 상황이다. 미국은 이라크의 전통과 이라크 시민이 진정으로 갈망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존중하고 특히,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민주주의 공식에 대한 이라크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