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정월正月 언 가지에’ 박노해

겨울나무 가지에 눈 내리고… 

정월 빈 가지에
바람이 운다

이 밤에 나는 아직
울지도 못했는데

정월 흰 가지에
바람이 운다

이 아침 나는 아직
울지도 못했는데

멀리서 눈이 오는 소리
눈보라처럼 진실이 몰아쳐오는 소리

정월 언 가지에
바람이 울 때

울지도 못한 가슴들아
빈 가지 같은 손길들아
발길도 얼은 사람들아

언 가지마다 꽃이 오는 숨결을 듣는다
언 걸음마다 봄빛 트는 기척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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