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순방4국 ②사우디] 살만 국왕 체제서 주목해야 할 수다이리 7형제
[아시아엔=이중한 중동전문 칼럼니스트] 지난 1월 압둘라 국왕 타계로 왕위에 오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취임 후 첫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사우디는 개국 이래 옳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면서 “안정과 통합의 기치 아래 점진적 개혁을 추진해 온 압둘라 국왕의 정책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큰 정책변화는 없을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실제로 살만 국왕의 나이나 왕실 체제상 대폭 개혁할 만한 상황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살만 국왕은 “정책수행의 연장선상에서 기존 장관들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임기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왕권 승계와 연계된 요직에 자기 사람을 앉히는데 성공했다.
왕실 내 최대 파벌인 수다이리 7형제를 약화시키고 소수파지만 우호세력을 모아 친권 강화를 도모했던 압둘라 국왕의 뜻은 자신의 장례식이 치뤄지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었다.
부왕세제 자리를 명문화할 당시 압둘라 국왕과 서면합의한 대로 무끄린 부왕세제를 일단 취임 즉시 서열 2위인 왕세제로 앉히기는 했지만, 그로부터 몇시간 뒤 이례적으로 빨리 공표한 서열 3위인 부왕세자 자리에 압둘라 국왕의 아들인 국가방위부 장관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가 아닌 살만 국왕의 친형 고 나이프 왕세제의 아들이기도 한 1959년생의 내무장관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를 임명하면서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살만 국왕 역시 고령이면서도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앓고 있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불명확한 후계구도에 대한 주위의 우려를 일단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 덕에 무함마드 왕자는 압둘 아지즈 국왕의 첫 손자세대 왕자이자 수다이리 7형제 아들세대로는 처음으로 왕권 승계를 가시권 안에 두게 되었다.
무함마드 빈 나이프 왕자는 압둘라 국왕이 자신의 권력기반이던 국가방위군을 국가방위부로 승격시키면서 자신의 아들인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기 7개월 전인 지난 2012년 11월 내무차관에서 내무장관으로 승진하면서 압둘 아지즈 손자 세대 왕자들 중 첫 요직에 오르며 차세대 왕위 계승에 선두주자로 나선 바 있다. 그는 내무부 산하 국내 치안보장국을 이끌고 2003년 이후 사우디 내 ‘테러와의 전쟁’에 선봉장으로 나서면서 카리스마를 발휘한 바 있으며, 이 와중에 사우드 왕실에서 처음으로 반군세력에게 보복테러를 당한 적이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사우디 왕실 내의 상징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부왕세자 확정도 뜻밖의 일이지만, 이번 인선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될 인물은 살만 국왕의 아들이자 왕세제실 법원장 겸 국방장관 개인보좌역을 맡고 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다. 이번 개편을 통해 국방장관과 왕실법원장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영향력과 입지를 급부상시킨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 살만 왕세제의 충실한 보좌역이었던 35살의 무함마드 왕자는 아버지의 국왕 부임과 함께 국방장관이 되면서 고령화된 사우디 장관들 중 최연소 장관이 되었다. 그간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그는 국방장관 개인보좌역이던 당시 압둘라 국왕이 수다이리 7형제가 장악하고 있는 사우디 군부에 자신의 우호세력을 심기 위해 국방차관으로 임명했던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를 6주만에 전격 경질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울러 살만 국왕은 압둘라 국왕의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왕세제 당시 왕세제실법원장이던 무함마드 왕자를 국방장관에 이어 왕실법원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고 압둘라 국왕의 충실한 집사이자 개혁정책 추진의 막후 인물로 보수적인 종교세력들에게 눈엣가시로 여겨져 왔던 칼리드 알 투와이지리 왕실법원장을 몰아내며 압둘라 국왕의 그림자를 지워내는데도 성공했다.
이로써 살만 국왕으로 대표되는 왕실 내 최대파벌인 수다이리 7형제는 압둘라 국왕의 장례식이 치뤄지기도 전에 압둘라 국왕의 기세에 밀려 그동안 약화되었던 권력을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강화시키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