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우방 미국 대신 중국과 손잡고 우라늄 시설 건설한 사우디, 핵무기까지 개발할까

IAEA 사찰 거부한 사우디, 중국과 원자력 개발 협력
미국-사우디 관계 전환점 맞이했다는 주장도 제기

[아시아엔=송재걸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가 중국의 지원을 받아 우라늄 광석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우라늄 정광(精鑛)으로 만드는 정련 시설을 건설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월 4일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사우디 북서쪽의 작은 도시 알 울라(Al Ula) 부근 사막에 건설된 이 시설이 훗날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라늄 정련은 불순물이 많은 자연 상태의 우라늄 광석을 화학처리해서 ‘옐로케이크’라고 불리는 노란색 가루 형태의 우라늄 정광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 옐로케이크를 기체인 육불화우라늄으로 변환한 뒤,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를 분리해 농축하면 핵연료를 만들 수 있다. 우라늄 정련 자체는 기초적인 기술에 불과하고, 핵무기 개발까지는 수많은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산유국인 사우디에는 원자력발전소도 없기 때문에 설령 핵무기를 만든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현재 중동의 정세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공식적인 입장은 향후 석유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라늄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소 적대적인 이웃국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원자력 연구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극복 상호협정을 체결 중인 사우디-중국 대표. 사우디는 최근 우라늄 시설을 건설하며 전통적인 우방 미국 대신 중국의 손을 잡았다. <사진=신화사/연합뉴스>

사우디가 오랜 우방 미국이 아닌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원자력 개발을 하는 것 역시 핵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 중 하나이다. 미국은 사우디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기술을 제공할 용의가 있지만, 그에 앞서 사우디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든 핵 안전조치 협정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2년 중국과 원자력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IAEA 주재 이란 대표부는 8월 8일 사우디의 원자력 시설을 IAEA가 사찰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카젬 가리바바디(Kazem Gharibabadi) 이란 대표는 “사우디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고 IAEA와 포괄적 세이프가드 협정(핵안전조치협정)을 맺었으면서도 유감스럽게 IAEA의 사찰을 거듭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가 미국 대신 중국과 손잡고 원자력 개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사우디가 전통적인 친미성향의 외교 노선을 변경한 것은 미국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발생한 사우디 최대의 석유회사 아람코의 원유시설 공격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였지만, 적극적으로 이란을 압박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사우디 정부 익명의 관계자는 “일련의 일들을 계기로 ‘외세의 공격으로부터 사우디 석유산업 보호’ 라는 미국의 대(對)중동 외교정책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반대로 미국 측에서도 예멘 내전과 카타르 봉쇄, 사우디 정부가 연루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Jamal Khashoggi) 사망사건 등을 계기로 전과 같이 사우디를 신뢰하지는 못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지난해 7월 미국이 앙숙이었던 이란과 핵 협정을 타결한 데 이어 최근 경제적인 제재마저 해제하며, 돈독했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전환점을 맞이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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