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도 네팔 안나푸르나에도 ‘봄이 온다’
[아시아엔=네팔/글·사진 조진수 사진작가, 펨바 셰르파 <아시아엔> 네팔통신원] 4월이다. 꽃 피고 새 우는 화사한 계절이다. 곳곳에 雪山이 있는 네팔에도 봄이 왔다.
하지만 4월이 오면 네팔엔 아픈 기억이 있다. 3년 전 강진으로 수천명이 숨진 사건 때문이다. 아직 지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지만, 네팔 사람들은 복구와 함께 새 희망을 싹 틔우고 있다.
나는 올초 25번째 네팔 오지를 탐험하며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잠시 상념에 젖었다. ‘네팔의 봄은 어디쯤 왔을까?’ ‘내 곁을 지키며 나와 지난 겨울 동고동락한 네팔친구들은 지금 나와 같은 생각과 꿈을 꾸고 있을까?’
나는 지난 1월 다녀온 네팔 동부 마카루 일대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들여다본다. 얼어붙은 폭포 옆을 지나는 대원들, 멀리 설산을 뒤로 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장면 등등···.
나의 오랜 친구이자 동반자 펨바가 지난 3월 28일 뜬금없이 안나푸르나 지역의 봄 풍경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나는 들여다보고 또 본다. 펨바가 그립다.
‘아내와 남매를 키우는 펨바는 어찌 그렇게 순수할 수 있을까?’
나는 지난 1월 하순 예년보다 보름 정도 일정을 당겨 귀국했을 때만 해도 몸이 천근만근, 한달 가까이 지나서야 회복됐다. 지금은 쉰이 훨씬 넘어 입학한 농협대학도 개강하고 농번기가 다가오면서 풍곡영농 일로 바빠서인지 아플 겨를도 없다.
1993년 서른셋 청춘에 첫발을 디딘 나는 네팔 오지 탐험을 토대로 <신의 여흔> 등 책 몇권을 내고 서울과 김포, 카투만두에서 사진전도 열었다.
나는 네팔 험지에 갈 때마다 “그곳에 닿았다”는 생각보다 “그곳에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 무엇보다 네팔의 자연이 내게 “늘 겸손한 맘을 잊지 마라”고 깨우쳐줘 감사하기만 하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네팔인들은 눈짓, 손짓으로 소통하며 마음을 주었다.
모든 것이 고맙다. 네팔의 새해는 4월에 시작된다. 시민들은 이날 폭죽을 터트리고 밤늦게까지 거리에 나와 환호하곤 한다.
언젠가 네팔의 새해 축제에 맞춰 네팔을 다녀와야겠다. 그때 나의 오랜 네팔 친구들의 아이들에게 세뱃돈이라도 두둑히 주어야겠다.
봄은 네팔에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