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카자흐·키르기스·타직·투르크멘···독립 25주년 중앙아 5개국 과제는?

[아시아엔=파르코드 톨리포브 우즈베키스탄 빌림카르보니연구소 디렉터]?2016년 하반기 중앙아시아 5개국 즉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역사적으로 특별한 날을 맞이했다.

각각 순서대로 독립 25주년을 맞은 것이다. 구소련이 붕괴하고 이들 국가가 독립한지 4반세기가 지났다. 물론 각국은 이 시기를 각기 다른 사상과 지도자와 함께 했지만 각국 지도층은 지난 25년을 독립 이후 첫번째 발전단계, 즉 ‘독립전환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환기’라는 개념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한편으론 소련의 계획경제와 전체주의 정치구조에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로 경제·정치·사회적 변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론 갓 자리잡은 독재정권이 실체적 변화를 (그리고 변화가 가져올 정권에 대한 민주적 도전) 방해하기 위해 사용한 구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독립 25주년은 중앙아시아인들이 자신들이 이룩해낸 업적과 새로 맞이한 위기 및 잃어버린 기회와 새로운 미래 등에 대해 깊이 되돌아볼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다른 아시아국가, 특히 유사한 脫제국주의 경험이 있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 국가들의 경험을 비교해봐야 한다. 이들 국가 중 한국·대만·싱가포르 등은 ‘아시아의 용’이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사회 변화에 성공했다. 이들 국가가 이같은 기적을 성취하는데 2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중앙아시아 어디에서도 아직 ‘기적’이라 부를 만한 수준의 경제·정치·사회적 변혁은 보이지 않는다. 유엔개발계획(UNDP) ‘인간개발지수’에 의하면 이들 나라는 중간그룹에 속해 있으며 꾸준한 개혁의 성공 가능성은 열려있다.

유엔개발계획은 총 186개국 가운데 중앙아시아 국가의 순위를 △카자흐스탄 56위 △키르기스스탄 117위 △타지키스탄 127위 △투르크메니스탄 106위 △우즈베키스탄 109위로 매기고 있다. 참고로 중국 90위, 태국 93위, 말레이시아 62위, 인도네시아 110위로 나타났다.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 지역의 ‘전환기’는 다음 세 가지 요소 즉 끊임없는 지정학적 불안, 왜곡된 민심, 그리고 기득권 중심의 정권으로 특징지어졌다. 각각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1)소련이 붕괴하고 중앙아시아는 강력한 지정학적 구조조정에 휘말렸다. 미국·러시아·중국·유럽연합·인도·일본·터키 등 세계적·지역적 열강이 중앙아시아에서 드러내는 지정학적 의도는 워낙 다양해서 전문가들은 (19세기 영국과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다툼을 일컫는) ‘그레이트 게임’이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도 이 지역은 ‘그레이트 게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제는 5개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몰 게임’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소규모의 지정학적 현상으로 각 정부가 앞장서 경쟁하는 양태로 나타난다. 각국은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이라거나 ‘중국과 러시아의 다리’ 혹은 ‘대륙이 만나는 교차로’ 등의 구호로 자국을 ‘세일즈’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경쟁은 지정학적 마찰만 가져올 뿐 지역발전에는 백해무익하다.

(2)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5개국은 1991년 독립 이후 지역통합을 최종목표라고 선언했다. 지역통합이 이루어지는 곳은 어디에나 낙관론자와 비관론자가 통합의 득실을 따지게 된다. 그러나 독립은 그 이상으로 이들 국가간에 국가-지역 간 민심 이반현상으로 나타났다. 구심력과 원심력이 동시에 작용하며 국가 형성과 지역의 발전이 혼재되고 있다. 문화는 같지만 정치체제는 다르며, 전통과 핏줄은 공유하지만 현실은 공유하지 않고, 지리적으로는 함께 공존하지만 지정학적으로는 서로 멀어지는 형편이다.

(3)이들 5개국의 정부구조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 키르기스스탄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통령 개인의 숭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정권과 기득권, 사회와 국수주의가 상호작용하는 특수한 정치과정을 낳고 있다. 이들은 자국 역사를 찬양하고 국가신화를 만들어내며 국가 발전단계에서 현 정권이 얼마나 우수한 지를 선전한다. 이는 바로 외부와의 교류를 최소화하는 구소련의 체제수호 방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 이 지역은 역사적 동질성이 퇴색하고 각국은 각개 약진식의 전략 수립에 매몰되고 있다. 독립 25주년을 맞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나라들의 뒤를 쫓는 것이 더딘 이유는 여기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전환기는 더 이상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애초부터 ‘전환기’는 오래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쥐었던 독재자 우즈베키스탄 초대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의 사망은 전환기의 상징적 종식(終熄)과 지역 구도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대통령 당선인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는 “우즈베키스탄의 외교 1순위를 중앙아시아”라고 천명했다.

2016년 12월 선거 후 그는 정치 경제 발전과 부패개혁 그리고 인권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혁신에 착수했다. 이런 혁신이 중앙아시아에 ‘우즈베키스탄 기적’을 가져올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에서 우즈베키스탄이 갖는 중심적 역할을 고려할 때 카리모프 사후 개혁의 방향은 분명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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