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족 독립운동가 인도네시아 법정서 상의 벗고 ‘항의’
[아시아엔=편집국] 1월 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법정에 피고인 2명이 입장했다. 인도네시아 동부 뉴기니섬의 파푸아족 독립운동가들인 이들은 긴 원뿔형 조롱박으로 신체 중요 부위만 가린 전통복장 ‘호림’만 걸치고 있었다. 재판부는 “옷을 입으라”고 했지만, 이들은 “이 복장은 우리들의 정체성”이라며 맞섰다.
몇 시간 승강이 끝에 피고인측은 결국 상체는 벌거벗은 채 바지만 입은 상태로 피고인석에 섰다. 상체엔 ‘monkey’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그들 중 암브로시우스 물라트는 “(전통복장을 금지하고) 다른 옷을 입으라고 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법원 밖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는데, 이제는 법원 안에서도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타임스>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법적으로 금지된 파푸아 국기를 들고 대통령궁 앞에서 분리독립 시위를 벌여 반역죄 혐의로 체포됐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섬의 서쪽 절반인 파푸아는 1969년 주민투표를 통해 인도네시아령에 편입됐다. 인구 76만명으로,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2억7000만명)의 0.3%가 채 안 된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힌다. 직선으로 절반이 잘린 뉴기니섬 나머지 절반은 독립국가 파푸아뉴기니다.
파푸아 주민들은 인도네시아인보다 피부색이 더 검고 대체로 기독교를 믿는다. 이들은 무슬림이 대부분인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분리독립을 호소해왔다. 갈등이 격화된 건 작년 8월 인도네시아 민족주의자들이 파푸아인을 ‘원숭이’ ‘게으름뱅이’ 등으로 조롱하는 영상이 퍼지면서부터다.
파푸아 내 분리독립 요구가 거세지면서 무력 충돌도 잦아지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군인과 분리주의 반군 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군인 2명이 사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분리 독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