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19] 취임 후 첫 공식 방문국은 투르크메니스탄
[아시아엔=조철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저자]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국은 투르크메니스탄이었다. 2017년 3월 6일 그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Ashkhabad)에 도착했다.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 문제 해결에 이어 중앙아시아 주변 국가와의 친화력부터 챙긴 그의 외교행보가 다시 주목을 끄는 순간이었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Gurbanguly Berdymukhammedov) 대통령의 환대 또한 극진했다. 그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맞춰 의미 있는 선물 하나를 준비했다. 투르크메니스탄에 고 카리모프 대통령의 이름이 붙은 추모거리를 조성해놓고 개막식 준비까지 마치고 있었다.
거리는 화려했다. 양국 국기로 둘러싸인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흉상이 빛났고, 흉상에는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고 늘려나가야 할 중요한 재산은 양국 간의 상호신뢰’라고 했던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생애 어록까지 새겨뒀다.
두 사람이 다정한 모습으로 추모 거리를 둘러보고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흉상에 헌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우즈베키스탄 국민은 감동했다. 한 때 전력공급 문제로 다소 냉랭했던 두 나라의 관계가 한순간 복원되는 느낌은 물론, 이제 두 나라는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함께 발전해나갈 진정한 이웃이란 느낌마저 스몄다.
두 사람은 이어 양국 국경도시 투르크메나밧(Turkmenabat)으로 이동, 두 나라 국민에게 또 한 차례의 의미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정상은 나란히 아무다리야 강을 가로지른 투르크메나바드-파라브 간 도로 및 철도 개통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이 다리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우정의 상징이자 중앙아시아 전체에 미치는 지정학적 의미 역시 상당하다고 역설했다.
양국을 잇는 도로와 철도의 개통으로 이중 내륙국가인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투르크메니스탄을 경유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통로 하나가 확보되는 셈이었다. 즉 그럼으로써 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량 증대는 물론 투르크메니스탄 서부 지역의 카스피해를 이용해 흑해와 지중해를 거쳐 유럽 국가들과의 교류 폭도 넓어지게 됐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또 투르크메니스탄 공식방문을 통해 양국이 참여 중인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중국 간의 가스 운송 파이프라인(D-라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또한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전기 공급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깊이 논의함으로써 향후 전개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신남방 경제정책 구상의 일면을 드러냈다.
양국 정상은 3월에 이어 5월 20일 한 차례 더 만나 투르크메니스탄이 우즈베키스탄을 경유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전력을 수출하는 방안에도 최종 합의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 문제 해결에 이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반가운 소식 하나를 더 보탠 빅뉴스였다. 이는 2003년 해체된 중앙아시아 통합전력망(Unified Power System)의 복구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중앙아시아 전체의 동반성장을 의미하는 중요한 잣대였기 때문이다.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통합전력망 협력체계를 만들어 각국의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2003년 투르크메니스탄이, 2009년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이 협력 시스템을 탈퇴함으로써 산악 지역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겨울철 전력난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가스 자원이 풍부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들 국가에 전력 수출을 계획했지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반대로 우즈베키스탄의 통과가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중앙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외교정책으로 택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시대를 맞아 양국 정상은 두 차례의 만남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화물운송의 남방길을, 투르크메니스탄으로서는 전력수출의 북방길을 연 실리외교를 각각 챙겨나가기 시작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