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추가인하 기대에 ‘찬물’
금리 동결…”경기회복 지원에 부족하지 않다”
[아시아엔=편집국]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리를 더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인하에 대한 희망을 에둘러 표현했지만, 한국은행이 이를 완곡하게 거부한 셈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 2.0%인 기준금리가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는 데 충분하다고 말했다. 1분기 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의 기준금리가 성장세 지원에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실물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부족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외 경제여건이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 이상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금리인하에 대해 “거시정책을 담당하는 기관들과 잘 협의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기에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조만간 금리가 더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됐었다.
이주열 총재는 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금융안정에 더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5%(상반기 3.7%, 하반기 3.3%)로, 내년은 종전 4.0%에서 3.9%(상반기 3.7%, 하반기 4.1%)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이날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나 다른 예측기관의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2월 낸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3.8%,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로 전망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성장률을 3.5%,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8%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종전 전망치나 최근 여타 기관의 전망치보다도 낮은 이유는 주로 작년 4분기 실적치가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데 기인한다”며 “작년 4분기 성장률을 애초에는 전기 대비 1.0%로 예측했는데 현재는 0.4%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치가 크게 부진해 올해 한국 경제의 출발점이 예상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4분기 실적치가 당초 예측보다 크게 낮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과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축소 영향”을 들었다.
한은은 이번에 경제전망을 수정한 것을 포함해 최근 9개월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0.8%포인트나 낮췄다.
한은은 지난해 4월 2015년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제시했지만, 그 이후 4.0%(7월), 3.9%(10월) 등으로 계속 낮췄다.
한은은 이번 수정전망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4%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요인(0.7%포인트)이 있지만,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1%대 상승률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한은은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기존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