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IB,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낮춰
[아시아엔] 세계 투자은행(IB) 등 외국 주요 금융기관들의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최근 3%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26일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34개 금융기관의 내년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중간값)는 3.6%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 5월 중순 이후 대부분 3.8%를 유지하다가 이달 중순 들어 현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전망치는 정부(4.0%), 한국은행(3.9%)의 전망을 밑도는 것이다.
외국계 기관들의 성장 전망치가 최근 하락한 것은 국내 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지난달 말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저가 심화하면서 수출 경쟁력에도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관별로는 BNP파리바와 UBS의 전망치가 각각 3.0%로 가장 낮았고, HSBC와 무디스도 각각 3.1% 성장을 예상했다.
BNP파리바의 마크 월튼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가 원·엔 환율을 100엔당 950원 밑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서 사실상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우위를 없애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생산성 성장이 약해서 2012년부터 장기 추세를 밑돌고 있으며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깊이 자리를 잡았다고 진단했다.
HSBC의 로널드 만 이코노미스트도 한국이 엔저로 일본과 수출 경쟁이 더 심해지고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사라진 후에도 국내 소비자 심리가 회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 성장 전망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해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7%에서 3.1%로 낮췄다고 그는 설명했다.
3.5% 성장을 전망한 노무라증권의 권영선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외환 당국이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를 선호함에 따라 원화가 최근 엔화와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원화도 엔화를 따라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환율 불확실성이 한국 기업의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이밖에 독일 데카방크(3.3%)·미쓰이스미토모(3.4%) 등이 3% 전반대, 도이체방크(3.6%)·크레디트스위스(3.7%)·씨티그룹(3.8%)·JP모건체이스(3.9%) 등이 3% 후반대 성장률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4.10%)와 소시에테제네랄(4.0%)은 4%대의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