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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공명(共鳴) 권영오 “선릉역 5번 출구에 다리 없는 남자가 앉아 있다”

[오늘의 시] 공명(共鳴) 권영오 “선릉역 5번 출구에 다리 없는 남자가 앉아 있다”

선릉역 5번 출구에 다리 없는 남자가 앉아 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못 본 척 지나치는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 감상노트 글씨를 적은 골판지와 동전그릇 옆에 다리 없는 남자가 앉아 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다리 없는 남자처럼 속울음을 울었다. 나도 이렇게 […]

[오늘의 시] ‘겨울노래’ 오세영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오늘의 시] ‘겨울노래’ 오세영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 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간 데 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온 데 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暴雪)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

[오늘의 시] ‘연탄 한 장’ 안도현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오늘의 시] ‘연탄 한 장’ 안도현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

[오늘의 시] ‘운동회는 끝나고’ 박기섭 “그 소리 며칠은 간다 그 냄새도 그렇다”

[오늘의 시] ‘운동회는 끝나고’ 박기섭 “그 소리 며칠은 간다 그 냄새도 그렇다”

텅 빈 운동장에 가득한 함성 소리 교문 쪽 담장 가를 떠도는 국밥 냄새 그 소리 며칠은 간다 그 냄새도 그렇다   # 감상노트 어느 산골 초등학교일까. 흙먼지 이는 운동장에서 청군 백군 줄다리기도 하고, 오자미로 바구니 먼저 터뜨리기도 하고. 이런 운동회는 지금도 마을 단합(團合) 대회라 학교담장 가에는 큰 솥에 국밥도 끓이고 떠들썩하지. 목청껏 응원하던 온 동네사람들. […]

[오늘의 시] ‘거룩한 사랑’ 박노해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오늘의 시] ‘거룩한 사랑’ 박노해 “나는 어머님의 삶에서 눈물로 배웠다”

성聖은 피血와 능能이다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서울서 고학하던 형님이 허약해져 내려오면 어머님은 애지중지 길러온 암탉을 잡으셨다 성호를 그은 뒤 손수 닭 모가지를 비틀고 손에 피를 묻혀가며 맛난 닭죽을 끓이셨다 나는 칼질하는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떨면서 침을 꼴깍이면서 그 살생을 지켜보았다   서울 달동네 단칸방 시절에 우리는 김치를 담가 먹을 여유가 없었다 막일 다녀오신 […]

[오늘의 시] ‘겨울기도’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오늘의 시] ‘겨울기도’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얊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을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뜻을 알게 하소서

[오늘의 시] ‘풀잎’ 석성우···무구(無垢)한 풀잎 위에 다시는 침 뱉지 말자

[오늘의 시] ‘풀잎’ 석성우···무구(無垢)한 풀잎 위에 다시는 침 뱉지 말자

  한 점 구김살 없는 웃음 속옷까지 다 벗고 너와 함께 서 볼거나   # 감상노트 풀잎도 웃는구나. 풀잎은 언제 웃나. 바람 가는 쪽으로 덩달아 휘어질 때일까 바람 불면 좋았다가 싫었다가 마음 일렁일 때일까. 하기야 밟으면 밟는 대로 뽑으면 뽑는 대로 몸을 내어주는 풀잎. 풀잎은 옷이 없으니 풀잎이랑 친구하려면 속옷까지 다 벗어야 하리. 이 무구(無垢)한 […]

[오늘의 시] ‘그대 속의 나’ 박노해 “첫마음 밝혀 들고 길 찾는 사람 하나”

[오늘의 시] ‘그대 속의 나’ 박노해 “첫마음 밝혀 들고 길 찾는 사람 하나”

수많은 밤하늘 별 중에 내 별 하나 떠 있다 시린 가슴 떨고 있는 별 하나   수많은 세상의 나무 중에 내 나무 하나 서 있다 묵묵히 언 겨울나무 하나   수많은 숲 속의 짐승 중에 나 닮은 짐승 하나 울고 있다 동굴 속에 상처 핥는 짐승 하나   수많은 지상의 사람 중에 내 사람 하나 […]

[오늘의 시] ‘거짓말’ 박영구 “노련한 이 소통 방식 나 이제 철든 걸까”

[오늘의 시] ‘거짓말’ 박영구 “노련한 이 소통 방식 나 이제 철든 걸까”

돼지갈비 먹고 싶다는 팔순 노모 뜻대로 대꾸 없이 알아서 한우갈비를 먹는다 노련한 이 소통 방식 나 이제 철든 걸까   # 감상노트 정말 돼지갈비가 먹고 싶었을까. 아마 아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셨겠지. 노모의 심장박동이 빨라진 걸까 눈빛이 흔들린 걸까. 거짓말을 탐지한 아들은 알아서 한우갈비를 시킨다. 겉말과 속마음이 다르다는 걸 알아내는 이 노련한 소통 방식. 소통(疏通)은 함께 […]

[오늘의 시] ‘대설주의보’ 최승호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오늘의 시] ‘대설주의보’ 최승호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거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쪼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 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

[오늘의 시] ‘이사’ 박방희 “이삿짐을 풀어놓고 벽에 못을 박으면”

[오늘의 시] ‘이사’ 박방희 “이삿짐을 풀어놓고 벽에 못을 박으면”

  이삿짐을 풀어놓고 벽에 못을 박으면 생활은 시작되고 타관도 고향 된다 그렇게 못 박힌 하루하루가 일생이 되는 거다     # 감상노트 먹고 살 일을 따라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목숨. 잘 살기 위해 몇 번이나 이삿짐을 꾸리고 풀고 했을까. 못을 박으며 여기서 오래 살기를 바랐을까 더 안락한 보금자리로 어서 떠나기를 바랐을까. 떠나기를 바라며 살아낸 […]

[오늘의 시] ‘겨울비’ 구재기 “퍼뜩 정신이 들어”

[오늘의 시] ‘겨울비’ 구재기 “퍼뜩 정신이 들어”

둑길에 선 나무들이 일제히 한 겹씩 옷을 벗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또다시 풀뿌리를 캐며 씹으며 눈물을 훔쳐내야 하는가   퍼뜩 정신이 들어 참으로 오랜만에 쓸쓸한 세상 한가운데에 내가 서있다   둑길에 선 나무들이 저물 무렵 겨울비에 사뭇 젖었다

[오늘의 시] ‘시’ 김양희 “굴뚝의 연기가 오늘 일기를 쓰네”

[오늘의 시] ‘시’ 김양희 “굴뚝의 연기가 오늘 일기를 쓰네”

굴뚝의 연기가 오늘 일기를 쓰네 별님 달님 보라고 모두 다 공개하네 일기는 비밀이잖아 연기가 구부러지네     감상노트 굴뚝이 있는 마을. 거기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나 보다. 바보같이 온몸으로 제 힘껏 쓰는 일기를 모두 다 보는 줄도 모르고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아니다. 굴뚝의 연기는 날 좀 보라고 나 여기 있다고 온몸으로 저를 드러내고 있는 거다. […]

[오늘의 시] ‘길을 찾는 너에게’ 조안 “네가 가면 길이다”

[오늘의 시] ‘길을 찾는 너에게’ 조안 “네가 가면 길이다”

버드나무 가지가 허공에서 걷고 있다 굽고 휘어지고 엉키고 뒤틀리고 쭉 뻗은 길만 길이 아니다 네가 가면 길이다   감상노트 일없이 나무벤치에 누워 올려다본 하늘. 허공에서 실핏줄처럼 걸어가는 나무의 길을 본다. 수양버들처럼 휘휘 늘어져 쭉쭉 벋어가는 춤만이 춤은 아니다. 휘어지고 엉키고 뒤틀린 저 춤사위. 이 하루도 당신이 추는 춤이고 당신이 내는 길이다. 하심(下心)으로 세상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

[오늘의 시] ‘가을날’ 헤르만 헤세 “사랑하는 이와 함께”

[오늘의 시] ‘가을날’ 헤르만 헤세 “사랑하는 이와 함께”

숲가의 가지들 금빛에 타오를 때 나는 홀로 길을 갑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몇 번이나 둘이서 걸었습니다 이 좋은 날들에 오랫동안 마음에 지니고 있던 행복도 서러움도 나에게서 이제 먼 곳 향기 속에 녹아 사라졌습니다 잔디 풀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뛰어 놉니다 이제 나도 끼어 여러 어린이와 같이 가락을 맞추어 노래합니다.

[오늘의 시] ‘은행나무’ 괴테 “내가 하나이면서 또 둘인 것을”

[오늘의 시] ‘은행나무’ 괴테 “내가 하나이면서 또 둘인 것을”

동방에서 건너와 내 정원에 뿌리 내린 이 나무의 잎엔 내밀한 의미가 담겨 있어 그 뜻을 아는 이를 기쁘게 하네   둘로 나뉜 이 생동하는 잎은 본래 한 몸인가 아니면 서로 어우러진 두 존재를 우리가 하나로 알고 있는 걸까 이런 의문에 답을 찾다가 비로소 바른 의미를 알게 됐으니 그대 내 노래에서 느끼지 않는가 내가 하나이면서 또 […]

[오늘의 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오늘의 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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