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온다. 한 사람이 다가왔다. 구름사이 빗살무늬 햇살아래 금빛 은행나무 길을 지나 가을 길을 걸어왔다. 투명하게 퍼지는 푸른 빛깔 종소리 낙엽 쌓인 성당의 돌담길을
Category: 오늘의시
[여류:시가 있는 풍경] 가을 손길
억새꽃 하이얀 언덕에서 저무는 노을 바라볼 때 어깨 위에 놓이는 손길 가을인가 당신인가 박꽃 하얗게 눈부신 밤 하염없이 별을 쳐다볼 때 가만히 내미는 손길 가을인가
[오늘의 시] ‘속초’ 정철훈
이상국 시인이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 문자를 보냈더니 답신이 왔다 ㅡ적막하게 한잔합시다 까무룩해진다 적막이라는 단어가 입안 가득 퍼진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려진다 비가 온종일
[오늘의 시] ‘가을 바다’ 홍사성
그 즐겁던 웃음소리 어디론가 사라지고 텅 빈 백사장은 주인없는 발자국만 어지럽다 갈매기 끼룩거리며 무슨 기미 살피는데 썰물처럼 떠난 사람들 돌아올 기약 아직 없다
[오늘의 시]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싶던 새들도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오늘의 시] ‘목월木月 선생’ 이시영
성심여고 후문에서 산천동 깔그막 용산성당 올라가는 길, 누가 뒤에서 “이 군!” 하고 불렀다. 돌아보니 키 큰 목월 선생이 거기 서 계셨다. “이 군,
[여류:시가 있는 풍경] ‘누구인가’ 이병철
꽃을 피우게 하고 지게 하는 것은 새벽이면 닭을 울게 하고 팔월 불볕 아래 매미를 저토록 절규하게 하는 것은 허공에 거미의 집을 짓게 하고 모기 주둥이에
[오늘의 시] ‘무악재 부근’ 안병준
무악재를 넘을 때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담배를 피운다 서대문 감옥소에서 아버지는 인왕산과 안산 바라보며 원 코리아 꿈나무에 날마다 물을 주셨다 당신의 탄생일로부터 90여 년 증손자가 그
[오늘의 시] ‘흘러 흘러, 흐르고 흘러’ 김영관
흐르고 흘러 아주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 당연히 아무렇지 않게 수렁에 고여 썩기도 하고 따뜻한 해에 하늘로 올라가 한번 더 아니 몇번째인지 모를 또 누구가에게는 간절함을
[오늘의 시]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 정채봉
이기는 사람은 ‘예’와 ‘아니요’를 분명히 말하나 지는 사람은 ‘예’와 ‘아니요’를 적당히 말한다. 이기는 사람은 넘어지면 일어나 앞을 보나 지는 사람은 넘어지면 뒤를 본다.
[오늘의 시] ‘그대를 보면’ 최명숙
그대를 보면 콧등 싸하니 아려오는 날이 있습니다. 아귀타툼 속 힘든 하루를 마치고 저녁달빛 등에 지고 가는 뒷모습에 상심하는 날이 있습니다. 눈가에 쓸쓸함이 깃든 그대에게 웃음이라도
[오늘의 시] ‘간단한 부탁’ 정현종
지구의 한쪽에서 그에 대한 어떤 수식어도 즉시 미사일로 파괴되고 그 어떤 형용사도 즉시 피투성이가 되며 그 어떤 동사도 즉시 참혹하게 정지하는 전쟁을 하고 있을 때,
[오늘의 시] ‘너와 나’ 전진옥
난 말이지 우리라는 말이 참 좋아 단순히 부르는 이름이 아닌 너와 나, 우리 서로에게 힘이 되잖아
[여류:시가 있는 풍경] 강가에서
저문 강에서 그댈 보내고 아침 강에서 그대를 그린다. 세월은 강물 따라 흐르는가. 봄꽃 붉게 비치던 강에 노랗게 단풍 지고 있다. 이 강은 어디서 흘러와 어디로
[오늘의 시] ‘병'(病) 김현승(1913~1975)
믿음이 많은 사람들은 가벼운 날개를 달고 하늘 나라로 사라져가는데, 저녁 나절의 구름들은 저 지평선의 가느다란 허리를 꿈 많은 손으로 안아 주는데, 나는 문을 닫고 시들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