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맨손으로 돌아오는 때가 없었다 유독 많은 눈이 이 들판을 덮어도 아버진 눈 속을 헤쳐 땅에 박혀 있는 농약병, 땔나무 하다못해 지푸라기 하나라도 주워들고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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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아줌마’ 김나영 “수다로 그녀의 하루가 시작된다”
어디선가 들었던 저 말투, 찜질방에서던가, 반상회에서던가 특별한 것 없는 게 특징인, 입만 열면 그 밥에 그 반찬인 수다로 그녀의 하루가 시작된다. 103호가 그렇고 옆집 새댁도
[오늘의 시] ‘겨울나무’ 이재무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오늘의 시] ‘오래된 친구’ 강경호 “내 맘에 맞는 키와 생각의 색깔이 같던 고향 친구”
내 맘에 맞는 키와 생각의 색깔이 같던 고향 친구 학교를 졸업하고 30년만에 만났지만 육군 말뚝 상사로 붙박히도록 새초롬히 숫기 없는 얼굴이 거울 속의 나다 그와
[오늘의 시] ‘쇼를 아는 사나이-산악인·휴먼재단 이사 엄홍길’ 장재선
정복이라고 하지 마라. 운이 좋아서, 산이 허락해서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그대는, 인생이 길 위에 있는 쇼라는 걸 아는 사나이. 산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8,500미터
[오늘의 시] ‘겨울 들판을 걸으며’ 허형만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오늘의 시] ‘용서’ 강경호 “그가 죽었다 오랫동안 미워했지만 망설이다 조문을 갔다”
그가 죽었다 오랫동안 미워했지만 망설이다 조문을 갔다 향불을 피우고 절을 하면서 죽었으므로 용서하기로 하였다 죽도록 미운 사람이 죽어서야 용서하는 나를 생각하니 눈물이 나고 슬펐다 이런
[오늘의 시] ‘겨울기도’ 마종기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오늘의 시] ‘계급의 발견’ 류근 “그가 다 지켜보고 있다”
술이 있을 때 견디지 못하고 잽싸게 마시는 놈은 평민이다 잽싸게 취해서 기어코 속내를 들켜버리는 놈들은 천민이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술 한 잔을 다 비워내지 않는
[오늘의 시] ‘소설'(小雪) 신성수 ‘먼 데 여인의 옷 벗는 소리’
소설을 누군가는 소춘(小春)이라고 했다. 아직은 가을 시샘이 남아서 겨울을 더디게 만드는데 내일 첫 눈이 온다는 설레는 뉴스 담는다. 오늘 십일 년 전 세상을 떠난 김광균
[오늘의 시] ‘소중한 사람’ 김현숙 “손을 잡아준 당신은”
내 눈물을 닦아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바람이 불면 소리 없이 흐르는 전율 가슴에 기대어 옮길 바람의 말 아직 많은데 어깨 위에 나의 삶을 차마
[오늘의 시] ‘입동’ 정끝별 “불꽃처럼 바스라지는 요 잎들 모아”
이리 홧홧한 감잎들 이리 소심히 분분한 은행잎들 이리 낮게 탄식하는 늙은 후박잎들 불꽃처럼 바스라지는 요 잎들 모아 서리 든 마음에 담아두어야겠습니다 몸속부터 꼬숩겠지요
[오늘의 시] ‘친구에게 보내는 엽서’ 하이네 “먼도시를 거니는 당신의 모습”
오늘은 서늘한 바람이 불며 틈새마다 흐느낍니다 조금전만 해도 꿀이있던 초원은 서리에 흠뻑 젖었습니다 창가에 마른잎 하나가 스쳐 지나갑니다 나는 눈을감고 안개에 싸인 먼도시를 거니는 당신의
[오늘의 시] ‘우주의 가을 시대’ 박노해 “첫 서리가 내렸다”
첫 서리가 내렸다 온 대지에 숙살肅殺의 기운 가득하다 하루아침에 찬란한 잎새를 떨구고 흰 서릿발 쓴 앙상한 초목들 나는 텅 빈 아침 숲에 서서 하얀 칼날을
[오늘의 시] ‘가을의 전설’ 안도현···’깊어가는 가을에’
완주군 경천면 대야리 저수지 물가에 빈 배 한 척 한가로이 매여 있기에 그 배 빌려 타고 단풍놀이나 즐겨볼까 싶어서 주인네 집을 물어 물어 찾아갔더니 주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