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고원의 원주민 부족은 여명이 밝아오면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 동쪽을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한다 파차마마여, 오늘도 태양을 보내주소서 너무 오래 구름이 끼고 알파까가 병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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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좋은 날은 지나갔다’ 박노해
봄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 좋은 날은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다 봄을 떠밀어가며 너무 빨리 덮쳐오는 여름 무더위처럼 가을의 등을 타고 너무 빨리 엄습하는 겨울 한파처럼
[오늘의 시] ‘가을 안부’ 홍사성
아침산보를 나갔더니 찬이슬이 발목을 적셨습니다 내내 푸르던 나뭇잎도 어느새 수굿수굿해졌습니다 지나간 여름날보다 다가올 겨울을 채비하는 계절 이 서늘한 오늘을 당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요 ‘가을 안부’는
[오늘의 시] ‘가을은 짧아서’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오늘의 시] ‘두려워 마라’ 박노해
두려워 마라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실패도 상처도 죽음마저도 실패는 나를 새롭게 하는 것 버릴 건 버리고 나 자신이 되는 것 상처는 나를 강하게 하는 것
[홍사성 시인의 24절기] 추분(秋分)
더울 때 있으면 시원할 때 있겠지 어려울 때 있으면 좋을 때 있겠지 천지간 운수 바뀌는 오늘이 바로 그날 *홍사성 시인은 24절기를 시로 표현해 아시아엔에 기고하고
[오늘의 시] ‘한가위 배구 잔치’ 박노해
추석이 다가오면 마을에선 돼지 세 마리를 잡았다 우린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지켜보다 돼지 오줌보를 받아 입 바람을 불어 넣고 축구를 하느라 날이 저문 줄도 몰랐다 누나들은
[오늘의 시] ‘그로부터 영원히’ 박노해
조금만 조금만 더 머물러줘 가만히 가만히 눈 맞춰줘 온전히 온전히 함께 있어줘 그 순간, 시간이 멈추고 영원이 흐르고 그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영원히 잊히지 않는
[오늘의 시] ‘인간은’ 박노해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자신을 성찰하는 만큼 세상의 실상을 바로 보게 된다 인간은 고귀한 것을 알아보는 만큼 자기 안의 고귀함을
[오늘의 시] ‘대서'(7.23) 홍사성 “염소뿔도 녹아내리는 중”
찜통 속에 애호박 넣은 듯 흐물거리는 한낮 나무기둥 부러뜨리는 염소뿔도 녹아내리는 중 나 대신 더워줄 사람 천지사방 어디에도 없으니 더운 땀 한 말 쯤 쏟아도
[오늘의 시] ‘질경이’ 류시화 “여름의 그토록 무덥고 긴 날에”
그것은 갑자기 뿌리를 내렸다 뽑아낼 새도 없이 슬픔은 질경이와도 같은 것 아무도 몰래 영토를 넓혀 다른 식물들의 감정들까지 건드린다 어떤 사람은 질경이가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서둘러
[오늘의 시]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박노해
봄비를 맞으며 옥수수를 심었다 알을 품은 비둘기랑 꿩들이 반쯤은 파먹고 그래도 옥수수 여린 싹은 보란 듯이 돋았다 6월의 태양과 비를 먹은 옥수수가 돌아서면 자라더니 7월이
[오늘의 시] ‘너를 사랑한다’ 강은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오늘의 시] ‘진공 상태’ 박노해
여름날 아흐레쯤 집을 비웠더니 밭에도 흙마당에도 풀이 가득하다 풀을 뽑다 돌아보니 어느새 풀이 돋아난다 여름에는 풀이 나는 게 아니라 풀이 쳐들어온다 빈 공간을 사정없이 침투하고
[오늘의 시] ‘걷는 독서’ 박노해
눈 덮인 자그로스 산맥을 달려온 바람은 맑다 따사로운 햇살은 파릇한 밀싹을 어루만지고 그는 지금 자신의 두 발로 대지에 입 맞추며 오래된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