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무 사이를 걸으며 먼 길 달려온 바람의 말을 듣는다 정말로 불행한 인생은 이것이라고 좋고 나쁜 인생길에서 내내 나를 지켜봐 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게
Category: 오늘의시
[시와 음악] ‘가을 어록’ 이기철
백 리 밖의 원경이 걸어와 근경이 되는 가을은 색깔을 사랑해야 할 때이다 이 풍경을 기록하느라 바람은 서사를 짜고 사람은 그 서사를 무문자로 읽는다 열매들은 햇살이
[시와 음악] ‘시월’ 피천득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피천득(1910~2007) 시집, ‘생명’, 샘터, 1997
[시와 음악] ‘어른스런 입맞춤’ 정한아
내가 그리웠다더니 지난 사랑 이야기를 잘도 해대는구나 앵두 같은 총알 같은 앵두로 만든 총알 같은 너의 입술 십 년 만에 만난 찻집에서 내 뒤통수는 체리
[시와 음악] ‘비틀즈’ 체 게바라
마치 망명하러 온 사람처럼 나는 프라하의 한 아파트에 은신해 내가 가장 좋아 하는 마태차를 마시며 휴대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비틀즈의 노래를 듣는다 저 음표 어딘가에 세계의
[시와 음악] ‘환절기’ 박준
나는 통영에 가서야 뱃사람들은 바닷길을 외울 때 앞이 아니라 배가 지나온 뒤의 광경을 기억한다는 사실, 그리고 당신의 무릎이 아주 차갑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비린
[시와 음악]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 봄이 또 오면
[시와 음악] ‘냉정한 것같이’ 박노해
세상은 지금 좋아진 듯 악화되어가고 있다 시대는 지금 진보한 듯 위태로워지고 있다 인간은 지금 똑똑한 듯 무기력해지고 있다 냉정한 것같이 현명해 달라 뜨거운 것같이 성찰해
[시와 음악] ‘은행銀杏-우리 부부의 노래’ 구상
나 여기 서 있노라 나를 바라고 틀림없이 거기 서 있는 너를 우러러 나 또한 여기 서 있노라. 이제사 달가운 꿈자리커녕 입맞춤도 간지러움도 모르는 이렇듯 넉넉한
[시와 음악] ‘통점’ 윤효-복효근의 ‘꽃’
평소에도 몸을 극진히 섬기는 복효근 시인이 지난겨울 단식을 한다더니 한소식을 보내왔다. 존재는 통증의 총합이요, 몸의 통점을 이어 놓은 그 모습이 본래면목이다. 생통불이生痛不二, 생이 아픔이고 아픔이
[오늘의 시] ‘울고 있는 가수’ 허수경
가수는 노래하고 세월은 흐른다 사랑아, 가끔 날 위해 울 수 있었니 그러나 울 수 있었던 날들의 따뜻함 나도 한때 하릴없이 죽지는 않겠다, 아무도 살지 않는
[오늘의 시] ‘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처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오면 어이
[오늘의 시] ‘빗방울 하나가·5’ 강은교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오늘의 시] ‘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1939~) 시집, ‘나는 별아저씨’, 문학과지성사, 1978
[오늘의 시] ‘수위水位를 바라본다’ 박노해
노동산 자락에 자리 잡은 우리 동네 마당가에 서면 저수지가 보이고 그 아래 층층의 다락논이 보이고 긴 방죽 너머 갯벌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가뭄이 오고 논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