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러 경제협력, 알고 보면 미미한 수준

지난 11월13일 한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가진 뒤 나란히 섰다. (신화사/뉴시스)

박근혜 한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자세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에 관해서는 논란거리가 거의 없다. 약간의 오해와 사소한 충돌은 있었으나 러시아-한국 관계는 딱히 호기심을 끌만한 사안이 없다. 두 나라의 주요 관심사는 경제이며, 경제적으로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의 원자재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반면 러시아는 한국의 소비재 수요가 크다. 이런 바탕 위에 양국 간 인적 교류와 관광객이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문화교류가 증대되고 있다.

이에 비해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는 사뭇 다르다. 러시아-한국 관계가 기본적으로 경제 중심인 반면 러시아-북한 관계에선 경제적 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2012년 북한-중국 간 교역은 61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 10년 간 거의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같은 시기 러시아-북한 간 교역은 9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양국 간 교역규모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정체돼왔다. 다시 말해 북-러 교역량은 북-중에 비해 6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10년 간 북한의 해외교역이 늘어난 가운데 러시아와의 교역량이 다소 줄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의 교역 상대국 리스트에서 러시아의 위치는 네덜란드, 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 1억 달러 규모의 교역은 두 나라 사이에 중요한 경제적 상호작용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러시아와 북한 경제 구조적으로 상호보완의 여지가 거의 없다. 북한은 러시아 기업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없으며 러시아 제품을 살 돈도 없다. 현재 북한이 그나마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분야는 광물자원과 수산물, 값싼 노동력 등 세가지다. 그러나 이들 자원 모두 러시아 사업가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

광물자원은 북한의 수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러시아는 시베리아에 풍부한 광물자원이 있기 때문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북한 정부기관들은 광업에 투자할 러시아 투자자를 찾아 몇몇 러시아 기업들을 접촉해왔다. (이는 북한 광업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상쇄하기 위해 정치논리상 바람직한 방향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러시아 기업들은 북한의 자원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답사한 북한 광산들은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불량 상태였고, 광물의 품질 또한 낮았다. 러시아 기업들은 한반도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감안할 때 북한 프로젝트는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수산물 또한 러시아의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 북한 어부들은 해산물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에게 주로 팔아왔다. 일부는 한국과 일본으로 재판매 되기도 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해삼과 소라, 고둥은 물론 생선 선호도가 낮다. 게다가 러시아는 대규모의 효율적 어업 선단을 지니고 있다. 국내 수산물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을 규모다.

지난 9월22일 북한 라진역에서 열린 하산-라진 철도 준공 기념행사 (신화사/뉴시스)

경제구조상 상호보완성 거의 없어

값싼 노동력은 약간의 흥미를 끌 수 있다. 특히 러시아 기업이 자국 내 공사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임금 경쟁력이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사업가들과 달리 러시아 사업가들은 북한에 현지공장을 세우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중국과 한국 기업들조차 북한에 외주 생산을 맡기는 데 신중해졌다. (35~40달러 월급이면 충분한 조건인데도 말이다.) 러시아 경제모델은 저임금 노동자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그래서 노동력 수요가 한정돼 있다. 현재 1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러시아에 고용돼 있는데, 이 수치는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최근 한반도 횡단철도, 천연가스관 건설이 큰 기대를 모았다. 이들 프로젝트는 러시아와 북한 간 실현 가능한 협력사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철도와 가스관 모두 북한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두 프로젝트는 러시아 사업가들이 돈 벌기 좋은 한국과 일본 시장에 접근하는 빠르고 값싼 통로, 최소 비용으로 북한을 횡단하는 경로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계획되었다. 이들 프로젝트는 완공되더라도 북한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사실 북한지역이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이나 정글이라 할지라도 경제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다. 철도와 가스관 공사는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한반도 횡단철도 공사는 지난 15년 간 표류해왔다. 이 프로젝트가 처음 제안된 1990년대 말 경제효과를 강조하는 각국 정부의 설명은 많았으나 진척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최근 완공한 러시아 하산(북-러 국경지대 철도 역) – 북한 라선항 연결 철도를 한반도 횡단철도 건설의 첫 단계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철도는 한반도 횡단철도와는 관련이 없다. 러시아 철도 시스템을 사용한 54km의 짧은 선로로 러시아가 부분 임대하고 있는 라선항을 연결하는 철도일 뿐이다. 이 철도는 러시아 기업들을 위해 건설된 기반시설이다.

한반도 횡단철도는 수십억 달러(현재 추정치 35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 대규모 사업이다. 러시아 국영 철도회사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은 이 지역에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의향이 없다. 한반도 위기는 공사를 중단시키거나 완공된 철도 운행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투자 비용을 잃는 것은 물론 아무도 그 손실을 보전해주지 않을 것이다.

이는 가스관 건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가스 파이프라인은 철도만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가스관 공사와 운영은 정치안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잘 알려진 대로 한반도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며, 러시아 기업들이 가스관 공사에 회의적인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사업 자체엔 흥미를 보이지만 실제로 공사를 서두를 마음은 없다.

러시아-한국 관계와 달리 러시아-북한 관계는 경제가 아닌 지정학적 이해관계로 연결돼 있다. 러시아는 한반도의 안정을 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것이 러시아가 북한을 다루는 데 정치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런 정치외교적 움직임은 경제적 동기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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