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올해의 한자’ 중국 拱, 일본 絆 뽑혀

한국 掩耳盜鐘···소통부재,? 대재난 불안감??반영
나꼼수는 卒之馬時發?꼽아···소외층격려 해석도

어김없이 다사다난했던 2011년이 이틀 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자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은 매년 단어 혹은 낱자로 그해의 특징을 표현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교수신문>이 2001년 이후 매년 올해의 한자성어를 발표해오고 있다.

올해는 掩耳盜鐘(엄이도종,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 뽑혔다. 이 단어를 추천한 김풍기(50)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엄이도종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아 보지만 결국은 소용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소통부재를 꼬집은 말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각 분야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 30개 가운데 5개를 추려낸 뒤 주요 학회장과 대학인사 등 300여명에게 단 하나만 고르라는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엄이도종’은 설문조사에서 40%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한 해 동안 국내 상황을 압축해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오고 있다.

중국에선 올해의 단어로 “관리한다”, “통제한다”는 뜻을 지닌 拱(공)과 傷不起(상불기)가 네티즌의 투표와 전문가 심사 등을 통해 뽑혔다. 선정기관인 국가언어지원조사연구센터, 상무출판사, <靑年報>는 “높은 물가를 잡아달라는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공’을 뽑았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상생활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취미나 오락에 몰입하는 심리현상도 ‘공’이란 단어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중국판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빠져있는 블로거들을 ‘웨이보 공(控)’이라고 부르는 예가 있다.

공과 함께 뽑힌 ‘상불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말 납득하기 힘들다” “마음이 아프다”는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원저우(溫州) 고속철 사고와 유치원 학생들의 스쿨버스 참사 등 유난히 대형사고가 많았던 올해 중국에서는 ‘상불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다. 또 어린이 납치와 ‘묻지마 살인’ 등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파괴하는 인면수심의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중국인들은 비통한 마음과 분노를 ‘상불기’라는 단어를 통해 표출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본은 ‘올해의 한자’로 絆(반)을 뽑았다. 선정기관인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는 인간의 정, 유대, 인연 등을 뜻하는 ‘반’을 선정한 이유로 “일본 대지진 이후 가족이나 동료의 정을 새삼 느끼는 일본인들을 심리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일본어로 ‘기즈나’라고 읽는 ‘반’자는 인간의 정리(情理)나 유대, 인연을 의미한다. 올해는 동일본대지진과 원전 사고, 태풍 등 재해가 잇따랐다. 검정협회는 매년 엽서와 팩스, 홈페이지 등으로 글자 한자짜리 올해의 한자를 모집한 뒤 12월에 기요미즈사 간스(貫主, 큰스님)가 대형 붓으로 응모 수가 가장 많은 글자를 써내리는 방식으로 발표한다. 올해는 응모자 49만6천997명 중 6만1천453명이 ‘반’을 골랐다. 2위는 ‘災’(재앙 ‘재’, 2만8천648표), 3위 ‘震’(떨 ‘진’, 2만6천972표) 모두 대재진과 관련 있는 글자를 꼽은 이들이 많았다.

한편 ‘나꼼수’는 ‘졸지마시발’(卒之馬時發)을 올해의 한자성어로 꼽았다. “쫄지마, OO!”이란 말뜻에 가장 가까운 한자를 찾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성어는 한자 그대로 풀면 “지금이 바로 (전쟁 중 걸어다녀야만 하는) 졸병이 말에 올라탈 때”라는 뜻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이명현 기자 enjoymiracle@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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