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후변화대응 종주국?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주요 배출국 58개국 중 41위로 하위권

獨 민간硏 저먼워치 분석, 6일 발표…“재생에너지 정책은 낙관적”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8월15일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비전으로 선포한 이래, 한국은 올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창설 50주년 기념 이사회에서 녹색성장을 OECD 핵심 미래전략으로 선포하는데 종주국으로서 논의를 선도해왔다.”

한국의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8월12일 발표한 보도자료의 한 대목이다. 이런 자부심을 무색케 하는 자료가 최근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의 비영리 민간기후연구소인 ‘저먼워치(German Watch, www.germanwatch.org)’가 전 세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58개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수치화한 결과, 한국이 대상국가 중 하위 30% 국가군에 속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저먼워치’는 지난 6일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58개국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계량화한 ‘기후변화 대응지수’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총점 52.3점을 얻어 41위를 기록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치로 내걸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고 있다고 홍보해온 한국이 실제 기후변화 대응 노력 측면에서는 낙제점에 해당하는 점수를 얻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야심차게 발표했던 국제사회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이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뚜렷하게 퇴조한 점도 눈에 띈다.

이 단체가 지난해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34위였다. 당시 조사대상에 포함된 OECD 소속 30개 나라 중에서는 21위로 여전히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올해보다는 높은 순위를 차지했었던 것이다.

‘저먼워치’는 “한국이 중국ㆍ사우디아라비아ㆍ이란 등과 함께 최근 5년 동안 최악의 배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향후 몇 년 안에 배출 추세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 지구촌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은 각각 57위, 52위를 기록해 예상대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러시아(55위)와 일본(43위), 최근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한 캐나다(54위) 등도 순위가 바닥권을 맴돌았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이 그에 걸맞은 감축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발표에서는 기후변화에 충분히 대응한 나라가 없어 1~3위가 선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4위를 차지한 스웨덴(68.1점)이 사실상 지구촌에서 가장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 선 나라로 기록됐다. 이밖에 영국(67.4점)과 독일(67.2점)이 각각 5위(사실상 2위)와 6위(사실상 3위)를 차지했고, 브라질(66.9점)과 프랑스(66.3점), 스위스(65.1점) 등이 뒤를 이었다. 꼴찌(58위)는 사우디아라비아(24.5점)였다.

저먼워치의 기후변화 대응지수는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50%)과 배출수준(30%)ㆍ기후변화 대응정책(20%) 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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