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효 칼럼] 공무원 처우, 재조정해야 할 때

연간 공무원시험 지원자수가 45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28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행정·입법·사법부 국가공무원 공채에 원서를 제출한 인원은 35만8678명이었다. 여기에 지난해 서울시 등 16개 시·도 7·9급 지방직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자와 올해 9급 지방교육직 시험 응시자 9만4623명을 더하면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공채 지원자수는 모두 45만3301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실제 선발인원은 9667명에 불과해 평균경쟁률이 46.9대 1이었다.

지난 27일 필기시험을 치른 9급 국가직공무원 시험에서는 2738명을 뽑는데, 공무원 공채 사상 최고기록인 20만4698명이 지원해 7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8일 시행된 경찰 순경공채는 1332명 정원에 3만1948명이 지원, 경쟁률이 23.9대 1이었다.

이처럼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흔히 말하기를, 불황으로 취업난이 심해지고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공무원 지원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취업난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요새 젊은이들은 과거에 비해 진취성이 부족한 것 같다”며 “공무원만 하려 하지 말고 청년창업이나 해외취업, 중소기업을 적극 고려하라”고 점잖게 타이르는 경우도 있다. 내 생각에 이런 말은 상당 부분 허튼 소리다. 공무원시험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젊은이들이 다만 안정을 희구하고 진취적이 못돼서가 아니라 그럴만한 까닭이 더 있기 때문이다.

그 까닭은 공무원에 대한 처우가 상대적으로 너무 좋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공무원이 박봉이라 생활이 어려운 뿐 아니라 부정부패를 저지를 유혹을 받는다고 해서 정부가 ‘공무원 처우개선’계획을 수립해서 목표치의 몇 퍼센트를 도달했다는 둥 발표를 하고는 했다. 요새 들어서는 그런 발표가 도통 없다. 정확한 수치는 나온 것을 찾기 어려워 인용할 수 없지만 각종 수당과 보너스, 연금혜택 등을 감안하면 공무원의 보수수준이 민간부문의 평균을 넘어선 지 오래 됐다. 일반직 공무원에게는 감원이나 사직 강요 등이 없는 등 신분보장과 각종 휴가·휴직이나 교육훈련 기회, 보험 및 육아편의 등 부가혜택 등을 감안하면 민간부문보다 월등 낫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전에는 공무원 일자리를 무슨 일이 있어도 깨지지 않는 ‘철밥통’이라 했지만 이제는 돈도 나오고 녹슬지 않는 데다 남한테 광택을 과시할 수도 있어서 3위1체의 ‘금밥그릇’이라 불려야 할 판이다. 과거의 박봉과 낮은 사회적 지위를 개선하다 보니 과잉 교정(overcorrection)이 되고 만 셈이다. 후한 보수와 철저한 신분 보장, 노동조건 준수와 각종 부가혜택은 물론이고 결혼상대자로서 인기도 크게 올라 말 그대로 직업 가운데 ‘갑’이 된 듯한 양상이다.

교사의 경우 벌써 몇 해 전 구매력 기준으로 보수가 OECD국가 가운데 2위이고, 초중등학교 교장의 경우 OECD 1위라는 보도가 나왔다. 바꿔 말하면 교사들에 대한 보수는 세계 정상급이다. 또 지방 명문고를 나온 한 70대 노인은 “한 20년 전엔 교사를 하면 동창회에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았는데 요샌 그 친구들이 밥값을 다 낸다”며 교사·공무원·군인의 연금혜택이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것을 보기도 했다. 더욱이 부부교사쯤 되면 월 연금소득이 600~700만원이라 갑부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들었다.

1960년대에 경제개발이 시작됐지만 기업들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였다. 그때로부터 한동안은 대기업이나 수출기업, 언론사 등이 공무원이나 은행, 교직보다 인기가 있었다. 1950년대 전쟁 직후에는 농업종사자를 제외하고 안정적 일자리라고는 교사, 은행원, 행정직 공무원, 경찰관, 철도청·전매청 공무원 등이 고작이었다. 1960년대 들어서도 법관이나 대학교수처럼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도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생활고를 겪는다고 아우성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의 중산층은 치명적 타격을 받았고, 더불어 종전의 직업에 대한 사회적 지위와 평가에도 큰 변화가 왔다. 이전에는 각기 권력과 돈, 명예를 추구하는 직업이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돼 있던 것이 IMF사태 와중에 뒤엉켜 양극화되는 방향으로 재편돼 갔다. 부자와 공무원 등 안정적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자산이 제한적이고 경제활동이 단속적인 사람들로 갈린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권력과 부, 사회적 지위를 독점하는 특권계급과 그들에게 봉사하며 부수적 준(準)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한켠에 서고, 다른 한켠에는 권력과 줄이 닿지 않고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 가운데 일자리 보전도 위태로운 ‘구 중산층’과 과거 서민이었다가 이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신 빈곤층’이 한데 서 있는 형국이다.

잠시 비교를 위해 미국을 보자. 미국은 자본주의가 생활 곳곳에 철저히 침투해 있을 뿐 아니라 ‘Money is everything’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은 사회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자본주의 논리가 점차 뿌리 내리고 있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일방통행인 점이 많은 듯하다. 돈을 받는 것은 좋아하지만 돈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는 것은 소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자동차 오일교환을 해보면 정상가격이든 세일가격이든 상관없이 정해진 점검 서비스를 꼬박꼬박 다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에서는 차 소유주가 옆에 있지 않으면 대충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또 공장에서 일감이 없어 작업을 일시 중단할 때 미국에서는 노동자들을 놀리지 않고 작업장 청소나 풀 뽑기라도 시키는 경우가 많다. 돈을 받았으면 값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사나 직장에 너무 일찍 출근하는 사람을 기피하기도 한다. 직장은 파티에 가는 것처럼 제 시간(15분전)에 정확히 출근해야지 1시간 전에 오는 사람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공무원 봉급이 민간보다 높기는커녕 낮은 편이다. 예컨대 외교공무원 대졸 초봉은 연 3만8394달러에 불과해 한국의 2배가 넘는 미국의 1인당 GDP를 감안할 때 구매력 기준으로 한국보다 훨씬 낮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이 커리어 전체로 놓고 볼 때 보수 총액에서 기업 등 민간부문을 사실상 능가하는 상황이 됐다.

이는 한국이 싱가포르방식을 택해 공무원을 소수정예화하면 이상할 것이 없고 한번 검토해 볼 만한 방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공무원이 하는 일이라고는 외부 용역이나 물품을 사들이도록 기안하고, 상부의 결재를 받고, 집행하고, 검수·감독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일반직의 경우 실제로 어떤 일을 직접 하는 것은 별로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자신들의 고유 업무라 할 수 있는 정책대안 개발도 산하 연구기관이나 외부에 용역을 주고 그것을 심사 선정하는 것 또한 외부에 별도 용역을 주는 식이다. 공무원이 정책문제에 봉착할 때 옛날 파일을 뒤져서 베끼거나 외부 전문가에게 해결방안을 구하는 것이 고작이라면 굳이 그런 직책을 유지해야 할는지 의문이 든다.

이는 공무원 뿐 아니라 공기업도 거의 마찬가지다. 서울의 많은 지하철역에 가면 거의 1년 내내 뭔가 공사를 하고 있다. 지지난해 냉방공사를 했으면 지난해는 에스컬레이터 공사를 하고 올해는 공기정화기를 설치하고 내년에는 엘리베이터를 증설하는 식이다. 10년, 20년씩 이런 행태를 거듭하면서 게다가 공사기간을 1년 이상으로 길게 늘려주기까지 한다.

이런 행태가 지속되는 것은 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기자는 욕심과 일거리를 끝없이 지연하는 그릇된 관행의 탓일 수도 있지만 더 궁극적으로는 뭔가 일을 벌이고 바쁜 척 해야 자신의 직위가 유지된다는 공조직의 특성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한전이나 한국수력원자력, 수자원공사, KT같은 대표적 공기업들은 정부 부처 공무원과 체제와 규정, 업무방식과 조직문화가 거의 같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들은 직접 일하는 법이 절대 없다. 거의 대부분의 일은 외부 업자를 불러 해결한다. 일부 현업이 꼭 필요하면 계약직을 고용한다. 기능직도 관리와 감독이 주 임무인 경우가 많고 계약직은 사실상 사내 외주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고, 정보의 소통도 빠르다. 젊은이들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또 그들도 다 들은 것이 있고 판단한 것이 있기 때문에 공무원을 하겠다고 몰려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공무원도 노동시장의 원칙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넘치면 가격, 이 경우 급여와 혜택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9급 공무원을 뽑는데 74.8대 1이라면 2개 교실의 응시자 가운데 1명의 합격자가 나오는 꼴이다. 1명이 뜻을 이루는 데 나머지 74명이 들러리를 서는 격이라는 뜻이다. 만약 공무원 보수를 20% 정도 낮추면 경쟁률은 얼마나 될까. 모르긴 하지만 많이 떨어질 것이다.

공무원 보수를 20% 깎는 방안은 현실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봉급인상을 당분간 동결하고 실질적 연금개혁을 하는 것 정도는 국민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실현 가능하다.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는 데 연연하지 않고 진정한 변화를 가져 오려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일을 안 하는 조직, 또는 일을 하는 척 하더라도 주로 쓸 데 없는 일을 하는 조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그 개혁의 첫발은 건강과 장수를 위한 다이어트다.

3 comments

  1. 수당포함하면 대기업은 못해도 중소기업보단 많은걸로 아는데요
    그리고 글쓴이 처럼 업무량과 비교했을땐 솔직히 공무원이 훨 낫죠
    글쓴이의 포인트는 그거인거 같네요

  2. 주변에 대기업/중견기업이나 제대로 된 정규직 다니는 사람 없나보군요.
    지방 국립대급 이상 정상적인 대학 나오고 가는 현차나 삼성 성과급 나오면 초봉이 5000 상회합니다. 주요 은행도 4000 이상이고요.중견기업도 3500~ 선입니다.
    공무원 대부분 9급인데 2200~2500선입니다. 지방사립 하위권들이 가는 중소기업 수준이죠.
    뭐 알고 글 쓰셔야 할듯. 20% 깍는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깁니다.
    대부분 2년이상 시간 청춘 투자하고 30~50대 1 정도 경쟁률 뚫어야 합니다.
    연금도 쥐꼬리 만합니다. 그마저도 개혁하고요. 사기업처럼 2~3억 퇴직금 없습니다.
    실제로 알고보면 이런 헛소리 안 씁니다.
    경쟁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정규직이 없다는 겁니다.

  3. 공무원하고 원수진 사람인가??
    공무원보수 민간기업 따라갈려면 아직멀었는데 왠 쌩뚱맞은 소릴~~
    가족들이 모두 영세기업만 다녓나??
    공무원보수 대기업 절반도 안된다 글 쓴 멍청한 님아~

Leave a Reply to 지나가다 Cancel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