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효 칼럼] 차기전투기와 국산전투기

제3단계 차기전투기 구매사업(FX-3)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달 18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가격입찰이 끝나면 7월중에는 우선협상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기종 선정은 국방장관이 주재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하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EADS(유로파이터 타이푼), 보잉(F-15SE), 미 공군성(록히드 마틴사 제조 F-35A)이 참가한 가운데 18일 7회, 19일 10회, 20일 3회 등 총 20회의 가격입찰을 실시했다. 1차 가격입찰 결과 3개 후보기종은 모두 60대 수량에 8조3천억 원인 예산액을 초과하는 가격을 각각 제시했다. 2차 입찰은 25일부터 시행하는데, 지난 2002년 FX-1의 경우 총38회의 가격입찰 끝에 보잉F-15K를 선정했다.

이처럼 FX-3가 최종 단계에 들어서면서 한국형(국산)전투기 개발사업(KFX)의 추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KFX는 지난 2001년 공사 졸업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최신예 국산전투기를 개발·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10년이 넘도록 우여곡절을 겪는 가운데 사업 추진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인도네시아는 20%의 지분으로 공동개발에 참여하겠다고 한국과 양해각서를 맺고 연구진을 파견했다가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최근 철수시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록히드 마틴사와 공동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 골든이글과, 공중전투 및 지상공격기능을 추가한 FA-50(2012년 대당가격 3천만 달러)는 김영삼정부가 세운 항공우주산업개발 기본계획(2009)의 군용기 개발계획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KFX에다 최소한 연구개발비 6조, 양산비용 8조, 30년 유지비 9조원 등 총 23조원의 총사업비를 들여 120대 규모의 4.5세대 국산전투기를 생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KAI와 공군의 찬성입장과 기획재정부와 국방연구원(KIDA) 등의 반대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업추진 주체가 될 KAI와 연구개발을 맡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국산전투기에 적극적인 것은 당연하다. 또 정부의 예산안을 편성하고 재정배분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합리적 국방정책을 연구하는 KIDA가 한국형 전투기의 독자개발이 비효율적이고 수출 가능성도 낮다며 해외구매를 선호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동안 KFX에 약간 회의적이었던 최종수요자 공군이 입장을 선회, 국산전투기 개발에 찬성하고 나선 것은 귀담아 들어볼 만하다.

공군은 그동안 미국제 전투기만을 운용하면서 정비유지에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미국은 일부 장비에 봉인을 해놓고 한국이 뜯어봤다며 조사단을 파견하는가 하면 일부 기종은 부품 하나가 고장이 나도 미국까지 보내 수리를 의뢰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비용과 기간이 과다 소요됐다는 것이다. 최근 국산 훈련기 T-50를 운용하면서 정비문제가 생길 때 즉각 제조업체 전문가를 부를 수 있는 등 국내 개발의 편의성을 절감하고 나서 공군이 독자 개발 지지를 공표했다는 이야기다.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FX-3에 관해 나는 석달전 F-35A와 F-15SE, 유로파이터가 모두 마뜩치 않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바 있다. F-35A는 가격이 월등 비싼 데다 인도 일정도 불명확하기 때문에 사서는 안 되며, F-15SE는 50년 지난 기종을 재개발한 모델에 불과하고 한국만 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유로파이터의 경우 유지비가 높고 4세대 전투기 기술이 낡았을 뿐 아니라 기술이전에 대한 신뢰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FX-3는 3개 기종을 두고 최종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다.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주어진 범위 내에서 선정을 할 수밖에 없다. 유러파이터와 F-35의 분할구매 가능성 등을 배제한다면 나는 EADS의 유로파이터가 차선책이 아닌가 한다. 보잉사의 F-15SE도 일리가 있겠지만 이 경우 비용절감 차원에서 F-15SA나 F-15K로 모델을 전환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F-35A는 미국 정부가 압력을 넣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구입해서는 안 되고 2020년 이후에나 생각해 볼 문제다.

이런 의견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비용 초과 등 문제점이 있는 기종을 택해서는 안 된다. 둘째, 커미션을 배제하고 예정가격과 예산범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KFX를 위한 기술이전과 절충교역 조건을 적극 감안해야 한다. 미국제 전투기를 일부러 배제할 것은 없지만 유럽제가 더 유리할 경우 망설이지 말고 선택해야 한다. 차제에 미국산 독점체제를 타파하고 정치적 고려라는 굴레를 벗고 선택 범위를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떡도 싸야 먹는다’는 우리 속담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서 돌아오자마자 KFX를 공식 출범한다는 결정을 내리라고 권하고 싶다. 국가 고유의 독자형상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는 것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주요 국가로 발돋움하는 한 걸음이다. 장거리미사일·정보위성 및 심해탐사잠수정 개발, 핵추진잠수함 및 항공모함 건조 등과 함께 반드시 현실화시켜야 할 국가과제다.

대한민국은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에 남북통일을 하지 않는 한 향후 15∼20년 후부터 국세가 하향길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산전투기 개발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하지 못할 사업일 수도 있다. 사업을 추진한다면 방위사업청의 감사관이나 옴부즈만, 청렴서약보다 막강한 감시자로서 KFX전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해서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 사기협잡 등 비리를 틀어막아야 한다.

2 comments

  1. 비리나부패는 없애야하겟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로짜고치는고스톱을 많이해서 병진나라

  2. 옛날처럼 기술이아예없다면 모르겠지만, 항공우주에 대해 박근혜정부가 말한것도 있고, 결국 동일선상에서 비행기개발은 꼭했으면 합니다.
    솔직히 FX사업 관심없습니다.
    그러나 KFX는 꼭 했으면 합니다.
    과학기술하나가 나라를 미래를 먹여살립니다.
    그것도 수십 수백년을 먹여 살립니다.
    실패가 두려우면 성공은 없고, 변화가 두려우면 누릴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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