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리의 이스라엘] 주차공간 알려주는 스타트업 ‘파코’

이스라엘 스타트업 체험기②?Parko??

한국 대도시의 주차난도 심각하지만 이스라엘 대도시, 특히 텔아비브 시내의 주차난은 말도 못할 정도다. 이따금 차를 몰고 텔아비브로 갈 일이 생기면 주차공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는 한 “어디에 주차하지?”란 생각으로 나들이가 선뜻 내키지 않을 정도다.

텔아비브 시내는 몰려오는 이민자들로 인구가 폭등하던 1960~70년대 시절 지어진 단층 아파트들이 밀집돼 있다. 당시 ‘신작로’였던 길들이 지금은 좁은 골목길이 돼 대부분 일방통행으로 운영되며 양 측면에는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변 주차장을 운영한다. 거의 모든 노변에 주차가 가능하지만 늘 차로 빽빽해, 갈 때마다 과연 들고나는 차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통계에 따르면 텔아비브 거주자는 평균적으로 매일 24분을 주차 장소를 찾기 위해 헤매고 다니는데 이는 평생 1년에 해당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파코(Parko)라는 앱을 개발한 토머 뉴너(Tomer Neu-Ner)도 이런 텔아비브의 주차난에 고통을 겪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는 텔아비브 시내에 있는 아파트에 아내와 갓난아기를 먼저 내려주려고 차를 잠깐 주차했다가 돌아와보니 500세켈의 벌금 통지서를 받은 일화로 탄생배경을 소개한다.

기본 실행 화면, 크게 장소를 찾거나 공유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각한 텔아비브 시내 주차난 속 탄생

이 앱의 기본 아이디어는 주차장소를 찾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콘셉트다. 쉽게 말해 주차를 하고 있던 차가 곧 떠날 때가 되면 인근에서 주차장소를 찾던 사람이 미리 ‘찜’해놓는 것이다. 잠시 차를 대놓고 커피숍에 들려 커피를 한 잔 사가지고 오는 길이라면 자신이 몇 분 후에 올지를 미리 입력해 놓고, 그 장소에 차를 대고자 하는 다른 운전자가 미리 그 자리를 예약해 놓고 기다릴 수 있게 한다.

주차장소를 얻은 사람은 사례로 100코인을 주차장소를 넘겨준 사람에게 주고, 이렇게 얻은 코인은 나중에 제휴된 상점에서 커피나 식사, 또는 실제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한다. 처음 가입하면 500코인을 제공하고, 부족할 경우 추가로 구입하거나 자신이 주차장소를 양보해 다른 이들로부터 받을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파코 이외에도 셰어마이스팟(ShareMySpot)이나 커브카르마(KurbKarma) 같은 다른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파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테크니온 공대 출신으로 스스로를 ‘알고리즘 덕후’라고 부르는 공동 창업자 이타이 데이비드(Itai David)가 만든 사용자 행동분석 알고리즘에 있다.

다른 앱들은 사용자가 능동적으로 자신의 상태 – 곧 주차공간을 양도할 수 있다는 – 를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파코는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내장된 여러 센서를 비롯, 사용자의 습관을 분석해 사용자가 현재 운전 중인지 혹은 주차를 마치고 목적지로 걸어가는지, 다시 차로 돌아오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상태를 파악, 일을 마치고 주차된 곳으로 걸어가면 곧 “이제 떠나실 건가요?”를 묻고 사용자가 확인하면 자동으로 몇 분 후 주차장소가 비워지는지 다른 사용자들에게 공유한다. 회사가 공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95%가 넘는 성공률을 보인다고 한다.

사용자가 제공하는 교통정보를 바탕으로 정체상황, 사고, 장애물, 단속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소셜 네비게이션 앱인 웨이즈(Waze)의 경우 단지 1.5%의 사용자만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나머지 98.5%는 정보를 받아볼 뿐이라는 통계 자료를 볼 때, 사용자들의 ‘귀차니즘’을 덜어줄 수 있는 똑똑한 기능이라 할 수 있겠다.

셰어마이스팟과 커브카르마, 화면만 봐도 비슷한 콘셉트임을 알 수 있다

파코를 특별하게 만든 사용자 행동 분석 알고리즘

한 번 생각해보자.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마치고 그녀를 바래다주기 위해 차로 돌아가는 길.? 굳이 다른 파코 사용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자신이 곧 차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입력하려 할까? 보상이 있긴 하지만 얼마 되지도 않고, 어차피 차를 대려는 사람은 많으니 차를 빼면 곧 바로 누군가 차지할 자리인데 말이다.

하지만 차에 다 와갈 때쯤 “곧 떠나시나요?”라는 메세지에 대해 “예/아니오”만 선택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주차장소 공유는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실제 사용자들의 행동 양식과 UX를 고려한다면 알고리즘 분석에 기초한 이런 기능이야말로 ‘스마트’하다. 이뿐만 아니라 GPS 사용을 최소화해 배터리 사용량을 줄이는 등 다각적으로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점이 파코의 강점이다.

파코는 작년 구글과 모토롤라와 함께 벤구리온 대학이 주최하고 웨이즈의 CEO 노암 바르딘(Noam Bardin)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스라엘 모바일 챌린지 대회(Israel Mobile Challenge)에서 80여개의 다른 스타트업 기업을 물리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5명의 젊은이들이 만든 이 회사는 크라우드펀드인 아워크라우드(OurCrowd)로부터 50만불의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텔아비브에만 8만여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 진출을 앞두고 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