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미의회 연설 “안보와 글로벌 협력”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실시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해 동맹의 성과를 돌아보면서 양국간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다자협력 구상 ?글로벌 파트너십 등 3가지 비전과 목표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년 전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미 FTA에 대한 평가와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부각시켰던 점과 비교하면 양국간 경제협력 보다는 안보협력에,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보다 한미동맹의 국제사회 기여도에 초점을 맞춘 점이 두드러진다.

특히 15년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북 햇볕정책을 미 의회에 적극 설명했던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한반도 안보 위기의 해법으로 더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게 됐다는 점도 뜻깊다.

평화통일 기반 구축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가동

전날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 설명하고 지지를 이끌어 냈던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양국간 미래비전의 첫 머리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뒀다.

북한에 대한 자세를 확고한 원칙아래 위협이나 도발에 결코 흔들림없이 굳건히 유지해나갈 것임을 다시한번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영유아 등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해나가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남한의 인도적 지원과 북한의 비핵화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관계가 구축되면 경제공동체까지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할테니 미국도 이같은 대북정책에 보조를 맞춰 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박 대통령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는 방향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며 “북한이 스스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로, 분명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지역공약으로 DMZ에 한반도 생태 평화벨트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세계평화공원 조성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MZ라는 이름과는 반대로 ‘중무장’ 지역인 이곳을 평화의 상징물로 삼아 세계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을 알리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동북아 평화협력 체계 구상 ‘서울프로세스’ 제안

박 대통령은 두번째 미래비전으로 동북아 다자협력 구상인 ‘서울프로세스’를 제안했다. 서울프로세스는 대북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는 별도 개념으로 동북아 국가들이 신뢰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게 대략적인 요지다.

한반도를 넘어 이를 둘러싼 주변국, 즉 중국과 일본 등도 상호간 갈등과 대립을 풀어 동북아 전체에 평화기조를 정착시켜 보자는 취지라 할 수 있다.

냉전시대 서유럽측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동유럽 바르샤바조약기구의 35개 회원국들이 안보와 경제 등의 협력을 위해 ‘헬싱키 협약’을 체결,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공산권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낸 ‘헬싱키 프로세스’의 동북아판이다.

박 대통령은 “오늘까지도 동북아 지역은 협력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역내 국가의 경제적 역량과 상호의존은 하루가 다르게 증대하고 있지만 과거사로부터 비롯된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동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부터 함께 노력해 나가면 나중에 더 큰 문제와 갈등들도 호혜적 입장에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내 국가들의 협력이 가능한 대상으로는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테러 대응 등 상호간에 민감도가 덜한 비정치적 이슈들을 꼽았다. 이는 동북아 역내 국가간 경제 교류가 늘면서 상호의존도는 높아지는데 반해 영토분쟁이나 역사 문제 등으로 정치나 안보 분야의 긴장감은 커진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Asia’s paradox)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설명이다.

민감한 정치적 현안과 동떨어진 문제에서부터 역내 국가들이 허심탄회하게 접근해 나가다 보면 좀더 발전적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복안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도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저의 동북아 평화협상 구상이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는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서울프로세스를 적극 설명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다자적인 접근(approach)이 중요하다”며 공감을 표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프로세스를 제안하면서도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의식한 듯 “역사에 눈을 감는 자는 미래를 보지 못한다고 했다.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것은 오늘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뼈 있는 한마디를 남기기도 했다.

한미동맹의 궁극적 목표는 인류 행복

양국간 미래비전의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나아갈 여정은 지구촌의 이웃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동맹이 양국간 군사 정치적 관계에서 벗어나 세계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전날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현재의 한미동맹을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과 범세계적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합의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은 “미국 독립선언서에 새겨진 행복추구권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며 “한미동맹의 궁극적 목표는 전 인류의 행복에 기여하는데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보·군사 위주의 동맹관계를 기후변화나 개발협력 등 주요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협력관계로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테러대응, 핵 비확산, 국제금융위기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도 양국의 공조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한미 양국은 앞으로도 자유,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확산하고 빈곤퇴치나 기후변화, 환경 등 글로벌 이슈에 공동대처하는데 있어서도 계속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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