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8천명 ‘반정부 시위’

푸틴 3기 집권 1주년 맞아…”정치범 석방, 야권 탄압중단” 촉구

러시아 야권 지지자 수천 명이 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3기 집권에 반대한 대규모 저항 시위 1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불법 시위 혐의로 구속된 야권 인사 석방과 푸틴 정권의 야권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집회는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께부터 크렘린궁 인근 볼로트나야 광장(늪 광장)에서 약 2시간 동안 열렸다. 집회 시작 무렵 약 5천 명 정도였던 참가자들은 이후 점점 불어나기 시작해 1시간쯤 뒤에는 8천 명 수준까지 늘었다.

집회에 참석한 여교사 예카테리나는 “지난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동료들을 지지하고 그들을 위한 모금 운동을 벌이기 위해 나왔다”고 소개했다.

집회에는 중도좌파 성향의 ‘정의 러시아당’ 소속 하원 의원 일리야 포노마료프와 드미트리 구드코프, 자유주의 성향 정당 ‘야블로코’ 소속 의원 세르게이 미트로힌 등이 참석했다. 야권 정치인과 언론인 등은 차례로 연단에 올라 푸틴 정권의 야권 탄압을 비난하며 정치범 석방을 요구했다.

반정부 성향의 유명 블로거인 알렉세이 나발니도 연단에 올라 “사법 기관이 내게 각종 형사 범죄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며 “나는 나와 내 자식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사의 연설에 참가자들은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정치범들에게 자유를”, “푸틴없는 러시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주최 측은 모스크바 시정부에 집회 허가를 요청하면서 예상 참가자 수를 3만 명으로 신고했으나 그만큼 사람들을 모으는 데 실패했다.

집회는 또 예기치 않았던 사고로 분위기가 한층 가라앉았다. 이날 오전 연사들이 연설할 무대를 준비하던 기술자 1명이 위에서 떨어진 스피커 장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주최 측은 결국 무대를 설치하지 못했고 연사들은 트럭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해야 했다.

이날 집회장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약 5천명의 경찰과 내무군이 배치돼 질서 유지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과 시위대 간에 특별한 충돌은 없었다.

러시아 야권은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인 지난해 5월 6일 늪 광장에서 대규모 가두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날 늪 광장에서 가까운 크렘린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계속하려는 약 2만명의 시위대를 경찰이 저지하면서 양측 간에 무력 충돌이 일어났다.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과 아스팔트 조각 등을 던지자 경찰은 이들에게 최루탄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부상하고 400여 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이날 야권의 폭력 시위가 사전 계획에 따라 이뤄졌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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