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근의 마음산책] 사랑이야기③ “사람마다 다른 심리적 거리”

‘심리적 거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이 많으면 가까운 것이고, 적으면 먼 것입니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과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면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가까운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과 너무 가까워지면 자기의 정체성을 잃는다는 불안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편안함을 느끼는 적당한 심리적 거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정도가 사람마다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특히 부부 사이에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가 차이가 나면 문제가 많이 생깁니다. 멀다고 느끼는 쪽은 끊임없이 다가갑니다. 너무 가깝다고 느끼는 쪽은 자꾸 도망을 가지요. 보통은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멉니다. 그래서 아내는 쫓아가고, 남편은 도망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내의 다가감은 보통은 잔소리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럴수록 남편은 일로, 취미 생활로 도망가려 하지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 다가가는 것을 중단하면, 더 이상 도망가지 않습니다. 부부가 서로 친밀감을 느끼면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찾아내는 것. 이것이 부부 금슬의 첫 번째입니다.

남녀 사이의 이야기는 나중에 더 하기로 합시다. 평균적으로는 여자가 조금 더 높기는 합니다만, 남녀 차이보다는 개인 차이가 더 크거든요. 그래서 여자가 오히려 숨막혀하는 경우도 꽤 많지요. 또 부부 사이만 아니라 친구 사이, 동료 사이에도 적정 심리적 거리는 늘 문제가 됩니다. 일단 개인 특성에 따른 심리적 거리 이야기를 먼저 해 봅시다.

적정 심리거리가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는 것은 심리학자들 사이에도 아직은 논란거리입니다. 개인의 기질 영향을 더 받는다는 주장도 있고, 양육 방식의 영향을 더 받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옥시토신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에 대한 반응성이 적정 심리거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기질적인 면도 확실히 존재를 합니다. 그러면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치고 넘어가야 할까요?

그런데 문제는 적정 심리거리의 폭의 문제도 있거든요. 가장 좋은 것은 편안함을 느끼는 심리적 거리의 폭이 큰 경우입니다. 폭이 크면 상대가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자신도 편안해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폭이 작으면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자기가 편안한 거리에서 조금만 멀어지거나 가까워져도 바로 불편함을 느끼니까요. 그런데 이 폭의 문제는 양육 방식의 문제, 자존감의 문제 등등 후천적인 성격과 관련이 더 많다고 보거든요.

적정 심리거리는 지난주에 이야기한 애착과 아주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어린 아이가 부모에게 보이는 애착 형태를 관찰하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합니다. 안정형 애착, 회피형 애착, 양가적 애착이 그 세 가지 유형입니다. 안정형 애착을 보이는 아이는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적정 심리거리의 폭이 넓다고 합니다.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멀면 먼대로 그럭저럭 별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아이 적에 회피형 애착을 보였던 사람은 상대가 너무 접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양가적 애착을 보였던 경우는 스토커형 기질을 가지기 쉽지요. 또 자신이 애착을 가지는 사람과 자신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는 것도 굉장히 싫어하고요. 그런데 이 세 가지 애착 유형은 부모가, 특히 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지요.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주로 넘기도록 합시다. 일단 이번주 이야기의 결론을 내려볼까요? 사람마다 적정 심리적 거리가 다릅니다. 첫 번째. 거리를 둔다고 나를 싫어한다고 오해하기 전에, 거리를 좁힌다고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착각하기 전에, 상대의 적정 심리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일입니다. 두 번째. 내가 다가갈 때 상대가 도망가면 ‘상대의 정체성을 건드렸나 보다’를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세 번째. 배우자를 고를 때는 적정 심리거리가 비슷한 사람을 고르는 편이 행복의 지름길입니다.

One comment

  1. 이 이야기 저도 알아요. 예전예 사이언스 잡지에서 본 적이 있답니다. 남자는 앞으로 긴 공간을 요구하고 여자는 옆으로 던 큰 공간을 요구한다지요. 그래서 남자는 자신 앞에 누가 오는 것을 싫어하고 여자는 옆으로 다가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일본사람이 한국사람보다 더 많을 공간을 요구하는 고로 부딪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한데 비해 우리는 살짝살짝 부딪혀도 ‘괜찮아유~’하면서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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