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가 노, 이 순간 이 음악] 녀석이라고 쓰고 친구라고 읽는다

지금은 한사람의 발자국만이?있다. 이제부터는 두 사람의 발자국이 찍힐 것이다.

난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비슷한 글자만 보여도, 들려도 치를 떨 정도로 싫은 사람이 있다.
7000만, 8000만 인구 중에 한명쯤 없다고 생각해도 될만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휴대폰 벨이 울린다.
이름이 안뜬다, 전화번호만 덩그러니.
010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니 이상한 전화는 아닌거 같고, 원래 모르는 번호는 안받는데 그날따라 느낌이 왠지 연주 섭외 전화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나 : 여보세요?
00 : 여보세요! 현석이 휴대폰인가요?
나 : (현석이? 날 아는 사람? 친구? ) 아… 그런데, 누구…?
00 : 나야 00이
나 : (누구??? 00 이?? 00…0…00…00… 아… 그…?) 아, 너…구나. 왠…일이야? 잘 있…지?
00 : 그럼 그럼, 덕분에. 하하하
나 : (덕분에?…) …아, 그…그래.
00 : 다름이 아니라 너 요즘 잘 나간다며? 우와~! 난 네가 언젠가는 잘될 줄 알았다. 하하 비록 너랑 친해질 기회는 없었지만. 하하하 아, 쓸데없는 얘기를 했네. 하하 사실 전화한 이유는 말야. 너 혹시 보험 몇 개 들었나 해서… 하하
나 : (보………험…) 보험?
00 : 응 보험! 나 악기 그만뒀잖아. 하하 돈이 안되잖아, 그래서 바로 옮겨 탔다. 하하 나 보험회사 들어와서,? 연봉이라고 얘기 해야 하나? 1년에 0000 정도 벌어. 하하하 나랑 맞는 것 같더라고, 내가 말은 잘 했잖아, 알았나? 아무튼 하하하하
나 : 아…그랬…구나… 그래서 나 뭐? 보험 들으라고? 그래서 전화한 거야?
00 : 아… 그냥 보험 아니고. 알지?! 저축성 보험이라고. 쉽게 얘기해서 목돈 맡겨주면 왜 불려주는 거 있잖아. 너 돈 많이 번다고 아주 소문이… 하하하하 그래서 나한테 맡겨보라고 전화한 거야. 너가 연봉을 알다시피 내가 여기서 좀 잘 나간다. 하하하
나: (내가 진짜 싫어하는… 녀석인데 8000만 인구 중에 유일하게 마음속으로 머릿속으로 죽인 친구였는데)…….

그래 그 친구는 내가 싫어하는 줄 모른다.
내가 아무런 이유없이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나랑 얘기한 적도 없다.
나랑 같이 연주한 적도 당연히 없다.
친구들이랑 섞여서 밥을 먹어 본 적도 없다.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마주친 적도 단 한번도 없다.
모든 게 다 없다.

그래 그 친구는 내가 싫어하는 줄 모른다.
내가 아무런 이유없이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목적이 있어서 전화를 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녀석도 날 싫어했다면 전화했을까??
보험업계에서 어느 정도 자리도 잡은 녀석이고 돈이 필요한 녀석도 아니다.
그래 모른다, 녀석이 속으로 날 싫어해서 일명 먹튀(?)를 할 수도 있다.
난 그 녀석 입을 통해서 들은 얘기지
실제로 그 녀석에 대해서 아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그 친구는 내가 싫어하는 걸 알 수도 있다.
그가 어떤 이유가 있어서 날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순간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내가 지금 돈을 손해볼 수도 있다.
내가 지금 아무런 이유없이 싫어하는 사람을 정말 싫어할 수 있는 이유가 생기는 순간일 수도 있다.

만약 돈 때문에 전화한 게 아니라면
난 그 녀석이랑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돈만 아니라면
이 참에 싫어하는 친구를 만나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돈 얘기도 잘 마무리 할 수 있는
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모든 게 순간순간 바뀔 수도 있다.
좋은 방향으로만 생각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세상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그 순간

난 이제 “녀석”이라는 말을 쓰다가 “친구”라고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이 순간 이 음악~
조용필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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