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이야기] 사우디, ‘망나니’ 부족해 총살형 검토

사우디는 아직도 참수형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데일리메일>

강간, 살인, 배교, 무장 강도, 마약 거래 등에 사형집행?

10일 사우디의 일간지 <알 야움>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사형집행방법을 기존의 참수형 대신 총살형 도입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망나니(executioner)의 수가 부족해 일부 지역에서는 구하기 어려워진 게 한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 야움>은 내부 소식통의 말을 빌어 이 제안은 내무부 및 보건부, 검찰 사무실, 안보 사무실과 교정본부 등의 책임자들로 이뤄진 특별위원회에서 연구되어 왔다고 전했다. 여기에 덧붙여 내무부는 주지사들에게 사형을 집행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사안에 따라 총살형을 내릴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가 참수형 대신 총살형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는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사형제를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수형을 집행할 공인된 망나니들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망나니들이 부족해진 탓에 일부 지역에선 형 자체를 집행할 망나니들이 없어 형을 집행하기 위해 타지역에 있는 망나니들을 불러오는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들이 발견됐다.

첫째, 이동과정에서 망나니들이 정해진 형 집행 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고 지각하는 형집행 시간의 안정성 확보 미비와 둘째, 출장 다니는 과정에서 핸드폰, SNS등을 통해 이들의 동향에 대한 루머들이 확산되는 허술한 보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 보다 안정적으로 형을 집행하기 위해 망나니를 양성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살형의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

수사국과 검찰 사무실에서 발표한 공고문에 따르면 사형집행 방법은 사형 판결문에 구체적인 집행방법이 명시되지 않았을 경우 주지사의 결정에 따르며, 총살형에 의한 사형집행은 법률 위반으로 고려되지 않는 한 승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총살이 사형판결을 집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승인받게 된다면, 이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몇 년 전 사우디의 하일 시에 살았던 한 여성이 자신의 남편을 살해한 죄로 총살형에 처해진 바 있다.

사형방식 변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13일 사우디관영통신 SPA는 사우디 남서부의 도시 아브하에서 절도, 약탈 및 무장강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우디 청년 7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다고 보도했다.

사형수의 가족과 인권단체는 “사형 대상자들이 2005년에 벌인 절도 혐의로 2006년 체포 당시 16~20살의 미성년자였고, 조사과정에서 변호사도 접견 못한 상황에서 무리한 수사를 받았다”며 압둘라 국왕에게 형집행을 취소시켜 달라고 간청해 압둘라 국왕이 검토하라는 명을 내린지 일주일 만의 일이다. 7명에 대한 사형 선고 당시 판사는 총살형과 십자가형을 언급했으나 실제로는 3명의 집행자에 의한 참수형에 처해졌으며, 2013년 3월 13일까지 이들을 포함해 23명이 사형당했다.

대중 앞에서 참수형 집행하기도

사우디는 공식적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사안에 따라 공개 태형과 함께 일반 국민들 앞에서 공개 참수형을 집행하기도 한다. 공개 참수형은 일반 대중들에게 속칭 ‘칼라스 광장 (이 표현에서는 목숨이 끝나는 광장이라는 의미)’이라 불리는 지정된 장소에서 행해진다. 집행은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켜볼 수 있도록 금요일에 이뤄진다. 시내에 아무 것도 없는 넓은 광장에 사진촬영 엄금 표시가 붙어 있다면 바로 공개 참수형이 행해지는 장소일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 정부는 국제사회 및 인권단체의 비난을 우려해 공개 참수형의 촬영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퍼진 동영상은 지난 2012년 4월 21일 리야드에서 행해진 공개 참수형 현장을 몰래 찍은 장면이다. 선명하게 담을 정도로 다가가서 찍다가는 압수당할 확률이 높기에 광학줌이 아닌 디지털줌을 사용하여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몰래 찍은 것으로 보인다. 사형을 집행한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공개 참수형을 당한 수단인 압둘라흐만 지네 엘아비딘은 집에 침입해 자고 있던 집주인 여인을 강간한 후 살해하고, 16만5000리얄의 현금과 보석류를 훔친 후 집을 전소시키고 도망갔다가 체포되어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사형집행은 2012년 들어 20번째였다고 한다.

사우디에서의 사형집행은 강간, 배교, 무장 강도와 마약 거래뿐만 아니라 살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범죄에 대해 엄격한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적용해 내려진다. 범법자에 대한 사형집행은 국적을 가리지 않아 사우디 국내에서 체포된 외국인 범죄자의 사형집행을 놓고 다른 나라 정부와 외교마찰을 종종 빚기도 하는 사우디 정부는 사형집행을 반대하는 국제적인 여론을 감안해 사형집행 건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는다. 국제 앰네스티나 휴먼 라이트 왓치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2011년 최소 79명, 2012년 최소 76명의 죄수에게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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